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북이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독수리가 거북이의 등딱지를 깨뜨리려고 바위에 떨어뜨렸는데 그것이 하필이면 정원을 거닐던 아이스킬로스의 머리에 맞은 것이다. 그의 대머리를 독수리가 바위로 착각한 것이다.
같은 일이 발생해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머피의 법칙이라 한다. 버스를 타려고 승강장에 도착하면 내가 타려던 버스가 출발한다. 수업에 참석한 날은 출석을 부르지 않고, 결석한 날은 꼭 출석을 부른다. 시험을 보는데 자신이 공부하지 않은 문제만 나온다. 빨리 가려고 차로를 옮겼는데 아까 있던 차로의 차가 더 빨리 빠진다.
이런 일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흔히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운이 없다거나 재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스킬로스가 죽은 날도 그는 참으로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독수리가 먹이를 가로채 날아가고 있을 때 정원에 서 있었다.
그러면 달리 한번 생각해보자. 먹이를 문 독수리는 바윗돌이 필요했고 더 이상 무거운 먹이를 물고 날면 힘에 부칠 상황에서 거북이를 떨어뜨렸다. 독수리는 최선의 판단을 한 것이다. 버스는 내가 타려고 할 때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운행 시간을 맞추어서 운행한다. 교수는 특정 학생의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출석을 점검한다. 시험공부는 특정 부분만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서 해야 한다. 빨리 가기 위해 차로를 변경할 땐 앞쪽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결국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 판단이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슨 일이든지 일어난 이유가 존재한다. 그런데 머피의 법칙에 빠지면 자신에게만 좋지 않은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감정적 판단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심리적 효과다. 일상생활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좋은 일은 대부분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 중에서 좋지 않은 일은 오랫동안 기억한다. 그래서 자신에게는 불행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느낀다.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과 상대적 비교를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기보다 잘되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저 사람은 괜찮은데 나만 왜 이럴까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머피의 법칙은 인간들의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에서는 자신들의 합리적 판단의 결여, 지나친 자기중심적 생각을 감추고 재수나 운이 없어 일어난 일로 핑계 대고 있기 때문이다. 머피의 법칙을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필연의 법칙이라고 이야기하면 머피는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문장순(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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