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1시 대구 북구 칠성동 한 대형마트. 2층으로 20여m가량 이어진 무빙워크 위에는 쇼핑카트를 끈 손님들이 빼곡했다. 그 옆으로 '옷자락, 신발끈 끼임주의', '쇼핑카트를 똑바로 밀어주시기 바랍니다' 등 안전사고 예방 플래카드 10여 개가 붙어 있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물건이 잔뜩 실린 주부 김모(42) 씨의 카트가 무빙워크 끝지점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어 뒤따르던 쇼핑카트가 김 씨의 허리를 강타했다. 김 씨는 "무빙워크 끝에선 힘껏 카트를 밀어야 하는데 매번 힘에 부쳐 카트가 걸리기 일쑤"라며 "얼마전에는 카트가 넘어져 그 위에 엎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 설치된 무빙워크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무빙워크 사이사이 틈이 넓어 옷자락이나 신체 일부분이 낄 소지가 크지만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안전요원 배치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빙워크 안전사고가 주로 10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자주 발생하고 있어 부모의 주의나 유통업체들의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9일 대구 수성구 동아마트 수성점에서 K(5) 양이 무빙워크에 왼손이 끼여 손가락 4개가 으스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K양은 장난감이 무빙워크 위에 떨어져 이를 주으려고 앉았다가 왼손에 감고 있던 머플러가 무빙워크 끝지점에 빨려 들어가면서 큰 사고를 당했다.
앞서 지난 3월 21일 포항시 남구 상도동 홈플러스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쇼핑카트가 무빙워크 끝지점에 걸려 뒤따르던 카트 4, 5대가 연쇄 추돌을 일으켰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은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이 밖에도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무빙워크와 벽 사이에 머리가 낀 채 3m나 끌려가는 등 무빙워크 사고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유통시설 내 안전사고는 2006년 124건, 2007년 198건, 2008년 331건, 2009년 1~9월 243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총 896건의 안전사고 중 무빙워크와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188건(21%)으로 쇼핑카트(260건) 안전사고 다음으로 많았다.
자녀와 함께 쇼핑을 하는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손발이 끼는 등의 안전사고가 아이들에게서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성미(37·여) 씨는 "무빙워크에 올라가면 혹시나 사고가 날까봐 아이를 옆에 꼭 붙잡아 둔다"며 "맘 놓고 무빙워크를 탈 수 있게 방법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빙워크의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선 안전요원이 항상 대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부소방서 안전요원은 "에스컬레이터만큼 무빙워크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 쇼핑카트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직원이 대기하면서 카트가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특히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자들이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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