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어릴 적 '로망' 중 하나는 '총싸움'이었다. 총싸움을 하다 보면 마치 군인이나 진짜 남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부모가 아무리 위험하다며 말리고 야단을 쳐도 손에 '비비탄 총' 한 자루 쥐고 있으면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조립용 총을 사 조립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새총 쏘는 손맛도 잊을 수 없다. 고무줄만 있어도 손가락에 걸어 총싸움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이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쏠 수 있고, 날아가는 '접시'(클레이 피전)를 깨트리는 클레이사격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특정 부류의 전유물도 아니다. 회사 동료나 친구, 친목 모임은 물론 가족과 함께 사격장만 찾으면 점수 경쟁도 하며 총 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비용 부담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전국 최고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는 대구사격장(북구 금호동)의 경우 1만8천(단체·회원)~2만2천원(일반)만 들이면 25발을 쏘는 클레이사격을 할 수 있다. 1만~1만6천원(실탄 10발 기준)이면 22구경, 9㎜, 38구경, 357구경 중에서 입맛대로 골라 실탄을 장전한 권총도 쏠 수 있다. 만 10세 이상 어린이라면 공기총이 제격이다. 20발 쏘는데 2, 3천원. 4인가족이면 한 번에 3, 4만원이면 충분하다. 사격에 필요한 총은 물론 귀마개와 방탄복, 고글 등을 무료로 빌릴 수 있어 준비 없이 들러도 얼마든지 총을 쏠 수 있다.
실제 자녀를 데리고 사격장을 찾았다 가족이 모두 사격에 재미를 붙이는 가족 단위 입장객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이색적인 경험을 위해 사격장으로 단합대회를 오는 기업체도 늘고 있다는 게 사격장 관계자의 얘기다.
권총의 경우 의외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선호한다. 평생 한번 만져보기도 힘들고 실탄을 사용할 기회는 더더욱 없어 호기심이 많은데다 클레이 사격에 비해 총이 가볍고 충격도 덜해 여성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격발시 느껴지는 손맛과 소리, 진동, 적중시 쾌감 등도 여성을 매료시키는 권총의 맛이다.
점수도 대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좋다. 짧고 민감한 권총의 특성상 호흡을 조절하고 평정심을 유지한 채 차분하게 쏴야 하기 때문에 성격이 급한 남성보다 참을성이 좋은 여성이 유리하다는 것. 권총의 종류에 따라 남녀의 선호가 다른데 여성은 9㎜, 남성은 38구경을 더 많이 찾는다. 38구경은 경찰이 사용하는 권총과 같은 종류로 남성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9㎜는 여성이 사용하기에 크기가 적당하고 반동 등 충격도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사격장에서 만난 이미경(40·여) 씨는 "3년 전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 말고 특이한 종목을 경험해 보고 싶어 남편, 아이 2명과 함께 사격장을 찾아 클레이사격을 한 게 사격에 발을 들인 계기가 됐다. 지금은 권총을 많이 쏘는데 평소 만져보기 힘든 권총에 실탄까지 장전해 쏘는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짜릿하다. 사격장에 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사격 예찬론을 폈다.
권총이 여성이 선호하는 종목이라면 클레이사격은 남성의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권총, 공기총에 비해 훨씬 무겁고 반동도 세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날아가는 '클레이 피전(석회와 피치로 만든 타깃 원반)'을 맞춰 박살날 때 느끼는 쾌감은 짜릿함을 넘어 통쾌하다. 또 동반자들이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클레이사격의 매력 중 하나다.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만 10세가 넘는 어린이는 공기총을 쏘면 된다. 아이들의 총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고, 권총이나 클레이사격보다 더 민감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운동 종목에서 느낄 수 있는 싫증을 한 번씩 환기시킬 수 있고 비용 부담도 1인당 2천원(단체)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태권도 도장 등 학원이나 학교 등 어린이 단체가 많이 찾는다.
사격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스트레스 해소다. 총 쏘는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은 기본. 짜릿한 진동과 경쾌한 소리, 명중시켰을 때 희열까지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또 가족이 찾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길 수 있어 가족이나 모임 등의 레포츠로 제격이다.
이홍식 대구사격장 소장은 "명절 외 연중무휴이고 점심 시간에도 개방하며 예약만 하면 탄력적으로 운영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어 누구나, 언제나 와서 사격할 수 있다"며 "사격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모임에서 도시락을 싸 나들이 오는 기분으로 사격장을 찾아 산 속에 푹 파묻혀 휴식을 취하고 잔디밭에 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격 선수단이나 동호회, 가족, 기업체, 각종 모임 등에서 원할 경우 예약을 하면 선수용 숙소와 회의실, 식당, 탁구장, 당구장, 체력단련실까지 이용할 수 있어 '사격을 할 수 있는' 워크숍 등 행사장이나 여행지로도 고려할 만하다. 이홍식 소장은 "원할 경우 바비큐나 뷔페 등도 가능한 등 단체를 대상으로 '원하는 대로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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