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Nets Go

전쟁에서 죽은 사람 중에는 전투에서 죽은 사람 수보다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영웅과 신무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전쟁의 실상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생리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퓰리처상 수상작인 저서 '총, 균, 쇠'에서 한 주장이다.

그의 말처럼 인류 역사에서 인간과 질병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페스트와 천연두, 말라리아, 결핵, 콜레라 등은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들이다. 숙주인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옮겨 온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이다. 이처럼 균(菌)은 역사까지 뒤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럽인들의 남미 정복에 큰 공을 세운 매독균이나 인디언을 몰살시키기 위해 백인들이 천연두 환자가 쓰던 담요를 선물했다는 이야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병균은 모기와 벼룩, 이 등 곤충을 매개로 인간에 전염되기도 한다. 한 예로 19세기 후반 파나마 운하 건설은 황열(黃熱)'말라리아와의 싸움이었다. 아프리카'남미 열대지방에서 흔히 발병하는 황열은 모기가 전파하는 것으로 당시 노동자 수만 명이 황열 등으로 죽어 나가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뉴욕시가 빈대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빈대로 인한 세입자들의 민원도 급증해 집 주인이 빈대 출몰 유무 보고를 의무화한 법안까지 마련됐다. 영어로 '침대벌레'(bedbug)인 빈대가 더 이상 침대에 머물지 않고 상점'사무실에도 출몰해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미 동부지역의 폭염이 빈대 증가의 원인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바퀴벌레가 극성이다. 바퀴벌레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기온은 20~30℃로 대개 7, 8월에 해당되지만 최근 이상기온 탓에 9, 10월에도 바퀴벌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연간 5억 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100만 명이 희생된다는 통계다. 말라리아 퇴치운동을 펼치고 있는 유엔재단의 간부가 대구를 찾아 말라리아 퇴치운동인 'Nets Go'프로젝트를 홍보했다. 아프리카에 보낼 살충모기장 기금마련 캠페인으로 1만 원짜리 모기장 1장을 보내면 4인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10만 장의 살충모기장 모금이 목표다. 인간과 균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어려운 처지의 지구촌 사람들을 위해 십시일반 보태면 어떨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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