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에는 자신의 머리에 얼마나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정보를 빨리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스마트폰 돌풍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검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 검색은 생활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들이라면 한번쯤 느끼는 공통분모가 있다. 자판을 칠 때 왠지 어색하고 불편한 것이다. 터치스크린 방식에 익숙지 않은데다 PC 자판과 달리 미세한 터치 차이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검색을 하려다 여러 차례 오타를 내 속에 불이 날 때도 더러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한 안성맞춤 서비스로 '음성검색'이 떠오르고 있다.
◆음성 그대로 검색창에 글자로 입력
'음성인식서비스'는 예전부터 있었다. 휴대폰뿐 아니라 내비게이션이나 전자사전 등에 이 기술이 접목돼 사람의 음성을 인식, 전화를 자동으로 걸어주거나 목적지를 안내하며 단어를 찾아주는 등의 서비스를 해왔다. 그러나 인식하는 낱말이 많지 않은 데다 단어에 한정되는 등 한계가 많아 대중화되지 못했다. 자신의 휴대폰에 이 같은 기능이 있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무용지물 서비스였다. 하지만 최근 호응을 얻고 있는 모바일 음성검색 서비스는 차원이 다르다. 음성 인식률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고 웬만한 문장으로 검색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이용자들로부터 가장 인기를 얻고 있다는 구글 모바일 검색을 해봤다. '구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음성검색 버튼을 누른 뒤 '대구에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말했다. 그랬더니 음성이 그대로 검색창에 글자로 입력되더니 각종 검색 결과들이 떴다. 이어 '대구 맛집' '전창훈기자의 디지털라이프' '추석연휴는 며칠부터 시작인가' 등의 음성들을 차례로 말했더니 정확하게 검색이 됐다. 기존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생각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기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 레스토랑을 빠르게 발음했더니 '소라'라고 잘못 인식하거나 추석 연휴를 '주석 용융'으로 오인하는 등의 오류는 간간이 보였다. 그렇지만 이 같은 단어들을 또박또박 발음했더니 이내 인식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손가락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소에서도 편리하게 검색이 가능할 것 같다. 음성검색의 장점인 빠르기와 편리함이 느껴졌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사람마다 리듬과 억양이 다른데 또박또박 발음을 하고 보통의 속도로 말할 때 가장 인식률이 높다. 사투리나 영어와 한글이 혼합된 단어들까지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는 기계학습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용자가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더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검색 시대 예고
음성검색의 새 장을 연 구글 서비스는 2008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이 잇따라 출시됐고 한국어 서비스는 지난 6월 세계에서 8번째로 선보였다. 음성검색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음성 인식률과 함께 조합 이해도가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구글 시스템은 약 100만 개 정도의 단어를 인식하고 수백만 개의 단어 조합을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의 막강한 기술력이 음성검색 서비스를 가능케 한 것이다.
구글은 음성으로 질의어를 던지면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구글 서버에 접속, 서버가 검색 결과를 찾아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통계학 모델과 발음과 관련된 음성학 모델, 단어와 어구 등의 언어 모델, 각 단어의 발음 원칙을 담은 사전을 학습하는 원리 등 갖가지 과학 원리들이 응용됐다. 또 각종 한국어 연설문 녹취와 해당 녹취서를 활용했다.
음성검색이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자 국내 포털업체들도 한국어 음성검색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다음이 구글에 한 발 앞서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해온 음성검색 원천기술을 활용해 음성검색 인식률을 90%까지 끌어올린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네이버도 올 하반기 음성검색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말 한 마디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며 음성인식은 장차 스마트 TV나 스마트 자동차 등 미래 기술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apolonj@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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