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절삭공구 생산 강소기업 한국OSG㈜

공구 국산화 5천만 달러 수입대체 효과

한국OSG 직원이 절삭공구의 품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한국OSG 직원이 절삭공구의 품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역의 한국OSG㈜는 수입에만 의존해 오던 절삭공구 분야를 개척해 일본, 독일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공구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한국OSG(대표이사 회장 정태일)는 '절삭공구의 국산화 실현과 세계 최고의 품질에 도전한다'는 이념으로 1976년 설립 이후 34년 동안 제품과 서비스, 인적요소까지 '세계적인 기업' 실현을 위해 달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구 제품 생산

정태일 회장은 14살 때부터 철공소에서 일하면서 기술자의 꿈을 키워왔다. 당시만 해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공구들을 가지고 일을 했던 시절이었다. 그는 기술자가 돼 공구 국산화를 이룩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졌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주경야독을 했다. 19년 2개월의 기능공 생활을 접고 일본어 실력과 무역 업무 경험을 살려 일본회사의 한국 에이전트를 했다. 4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일본 사람들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것을 깨닫고 1976년 한국OSG를 설립했다.

한국OSG는 기계 1대로 출발했고,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일본OSG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구개발(R&D)과 첨단설비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제품의 질을 향상시켰다. 주변에서는 정 회장을 '기계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의 생산품은 절삭공구와 전조공구 등이다. 이들 공구는 자동차·항공기·선박·전자산업 등 모든 기계산업의 기초 요소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드릴 등으로 뚫은 구멍에 암나사를 가공하는 탭, 구멍 가공용 공구인 드릴, 홈절삭·외주절삭·구멍절삭·모방가공 및 금형가공 등에 사용하는 엔드밀 등의 절삭공구가 있다. 또 다이스, 나사게이지, 초경공구 등도 생산한다. 용도별 규격별로 보면 4만여 가지 아이템이 등록돼 있고, 이중 범용제품은 6천여 가지 아이템이 된다.

한국OSG는 수입에 의존하던 절삭공구를 국산화하고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연간 5천만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일본과 중국, 미국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현재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15% 정도지만 앞으로 30% 정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매출목표액은 740여억원이다.

◆대기업도 벤치마킹하는 강소기업

이 회사는 1997년∼2009년 13년 연속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정 회장은 '5S운동', 즉 정리(Sort), 정돈(Straighten), 청소(Shine), 표준화(Standardize), 유지(Sustain)의 생활화와 지속적인 습관화를 강조한다. 그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개선과 혁신을 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품질관리와 품질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다.

한국OSG는 1986년 QC(품질관리)를 도입해 표준화 정비를 했다. 91년 TQC(전사적 품질관리), 93년 TQM(통계적 품질경영)을 도입, 수준 높은 품질경영을 함으로써 업계 최초로 전 생산 품목에 대해 '품질관리 1등급 공장'을 획득했다. ISO 9001, ISO 14001 인증획득과 더불어 품질분야의 계획·실행·평가·개선을 반복 운영해 온 결과, 13년 연속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각종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의장권 등 산업재산권이 30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 1월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조석래 효성그룹회장이 경제단체장과 함께 지방 중소기업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해 이 회사를 방문했다. 조 회장은 매출 800억원도 안되는 이 회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기계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효성 임직원들에게 한국OSG 경영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해 생산성을 높이라고 주문했고, 이렇게 해서 간부들이 이 회사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서울의 고위 관료나 경제단체장들이 대구를 방문할 때 현장 방문 필수 코스 중 한 곳이 한국OSG 공장이다.

◆경쟁력의 근원은?

정 회장은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품질은 정밀기계 분야 1위인 일본과 독일제품과 같이 일류제품을 만들고, 가격은 중국과 경쟁할 정도로 싸다면 세계 어느 회사와 겨뤄도 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어느 정도 이런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920여억원을 최신 전자동 전용설비 등 기계설비에 투자했다. 전통 기술을 살린 열처리와 코팅, 중앙집중식 오일정류시스템은 제품의 성능향상과 긴 수명을 꾀하는 비결이다.

한국OSG에는 1998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고, 현재 50여 명의 직원들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매출액의 3∼5% 정도를 R&D에 재투자한다. 영남대와 한국기계부품연구원 등과 산학연 협력을 하고, 실패해도 좋다면서 R&D에 대한 과감하고 끊임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사원들에 대한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고용안정을 위해 1990년대 초반부터 28채의 아파트를 사원주택으로 구입해 직원들이 집을 구할 때까지 5년 동안 살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때문인지 직원들의 이직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회사는 담장을 없애고 조경을 아름답게 꾸며 기계를 만지는 직원들의 정서순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IMF외환위기사태를 겪으면서 안정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해 무차입 경영을 해 오고 있다.

정 회장은 "기업경영 여건이 좋을 때일수록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하다는 것이 경영철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류를 보다 살기 좋게 하는 기계공구 전문 회사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는 의료에 관한 공구와 부품을 생산하는 초정밀 공구분야로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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