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은 늘 닫아두어야 합니다. 주민들이 이곳에 자전거를 세워두지 않도록 해주세요."
4일 오후 대구 북구 A 고층아파트. 1일 부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대구 서부소방서 시설지도팀 소속 점검반이 긴급 소방점검에 나섰다. 점검반은 각 층마다 설치된 방화문 상태와 옥내소화전, 제연설비 등을 꼼꼼히 검사했다. 점검반은 "특히 방화문 개폐 상태가 중요하다"며 "화재가 일어날 경우 비상구에 연기가 차지 않도록 방화문을 늘 닫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층 높이 8개 동으로 이뤄진 A아파트는 이미 서부소방서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민간업체 사전 점검에서 방화문 폐쇄, 댐퍼(제연설비) 그릴 미개방, 유도등 불량 등 각 동마다 평균 5개씩 지적 사항이 나왔다. 점검반은 업체가 점검한 사항을 중심으로 재확인에 들어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현재 보수 중으로 소방서 재점검 때까지 보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대구 초고층아파트 소방 점검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구의 15층 이상 고층아파트는 2천여동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대형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소방 전문가들은 고층아파트가 대형 화재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소방법을 강화 해 열악한 소방장비를 개선하고 아파트 입주민들의 안전의식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긴급 점검 결과 A아파트를 비롯한 북구 고층아파트 5곳 모두 방화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자전거를 비롯한 짐더미까지 한가득 쌓여 불이 나도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주민들은 "그 문이 방화문인지 몰랐다"며 "문을 닫으면 통풍 문제도 있고, 햇볕도 들어오지 않아 답답하기 때문에 늘 열어둔다"고 했다. 7
뿐만 아니라 아파트마다 소화전 내 소화기 분실 사고도 잦다. 현장 점검에 나선 소방관계자들은 "화재 발생 때 소화기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며 "시민의식이 아직 못 미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전문가들도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최영상 교수는 "주민들이 적치물을 방화문 사이에 쌓아두는 것은 위험하다"며 "화재에서 주민들을 지켜줄 방화문을 주민들 스스로가 깨부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피난 대피구역이 있더라도 방화문이 열려 있으면 화재 발생시 무용지물"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일어난 화재가 가연성 건물 외벽(알루미늄 복합패널)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가연성 외장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구서부소방서 정병웅 서장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은 건물 내·외장재나 마감재 규제가 엄격하지만 주상복합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건물은 내장재 규제밖에 없다"며 "대형 화재의 위험이 높은 초고층아파트의 경우 외장재까지 내화재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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