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차가 너무 심해요.'
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화려한 경제지표와는 달리 서민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탕'이다. 서민들은 경기 회복은 딴 나라 얘기라며 팍팍한 현실에 한숨짓고 있다.
"손님이 없어. 뉴스에선 돈이 잘 굴러다닌다고 하던데 다 거짓말이야."
대구 중구 국채보상공원에서 만난 개인택시기사 박인태(53) 씨는 한 시간 가까이 시간만 죽이고 있다. 6번 대기차량으로 50여분 동안이나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고작 3대만 손님을 태우고 빠졌을 뿐이다. 박 씨는 "한참 아이들 뒤로 돈 들어갈 때인데, 경기가 너무 안 좋다. 한 달 바짝 일해도 150만원 벌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20년간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박철우(51) 씨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합승까지 해야만 했던 호경기도 경험했는데 경제가 좋아졌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사납금을 채우지 못한 신참 기사들은 며칠 만에 일을 그만두기 일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경우 배추값이 폭등하는 등 각종 채소 값이 오르면서 손님이 부쩍 줄었다. 7일 오후 2시쯤 대구 남구의 한 전통시장. 오후 1시쯤 첫 손님을 받았다는 과일가게 김자영(65) 씨는 애꿎은 파리채만 휘둘렀다. 3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하고 있지만 요새처럼 파리만 날리기는 처음이다. 몇 년 전부터 토막 나기 시작한 매상은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추석 전에 반짝 대목을 본 게 전부"라며 하소연했다.
서문시장 생선가게 상인 김옥순(56·여) 씨도 한숨이 멈추지 않는다. 지금 서문시장에는 축제가 한창이지만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구경만 할뿐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딱 맞다"며 "경기가 좋다고들 하는데도, 다들 구경만 하고 물건을 사는 이들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주부들도 팍팍한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더욱 동여매고 있다.
김영숙(41) 씨는 지난주 신용카드 두 장을 없앴다. 북구 한 대형소매점에서 만난 그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고 딱 8만원만 들고 왔는데 오른 물건 값에 도대체 뭘 사야 될지 모르겠다"며 "식재료 몇 가지 사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의 청년층에게 경기지표는 그야말로 허울뿐이다. 2년 전 경북대 경상대를 졸업한 이주영(30) 씨는 "과거 선배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대기업에서 원서가 날아들었는데 이제는 200번 이상 면접을 봐야 겨우 출근이나 할까 말까"라며 "경기가 좋아졌다는 말은 말 그대로 숫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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