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11월 18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미래의 교육 발전을 위한 특색 있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8일 서울 KBS홀에서 주최한 '제1회 좋은 학교 박람회'와 대구시교육청·계명대학교가 9일 계명대 의양관에서 주최한 '제2회 대구수학페스티벌'이 그것. 더 좋은 교육을 만들기 위한 교사들의 열정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좋은 학교 다 모여라! '좋은 학교 박람회'
교과부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좋은 학교 박람회'는 고교 다양화 정책에 발맞춰 급변하는 교육 현장의 성과를 한자리에 모은 행사. 취재진이 찾아간 이날 박람회에는 전국 150개 초·중·고교가 참여해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 비교·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진행됐다.
대구에는 경상고, 청구고, 포산고, 원화여고, 제일여자상업고 등 5개교가 교과부로부터 '좋은 학교'로 선정돼 홍보 부스를 마련했다.
'학교 수업 내실화' 분야에 선정된 경상고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과학 수업 시범으로 눈길을 끌었다. 교사들이 자체 개발한 다양한 실험 기구와 학습 자료를 공개, 과학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학생들이 흥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법이 소개됐다. 홍보 부스에서는 자이로스코프 실험, 베르누이 정리, 양력발생기, 전자선 실험 장치 등이 전시돼 주목을 받았다. 경상고 이태구 교장은 "일반계 고교에서도 우수 과학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청구고는 특색 있는 인성 교육으로 주목받았다. EDD(Ego Discovery Development:자아발견성장) 프로그램이 그것. 입시에 지친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인성·진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현장에선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자아발견성장록'도 볼 수 있었다. 우성훈 교감은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기숙형 우수학교'로 선정된 포산고는 이색적인 학교 소개로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이 직접 우리말과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학교를 소개하고 오카리나와 플루트 공연을 선보였다. 또 학교 밴드 동아리가 무대에 올라 신나는 연주를 선보였다. 김호경 교장은 "기숙형 우수학교로 선정되면서 학력이 크게 향상되는 등 재도약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원화여고는 '내실 있는 수업' 분야에 선정됐다. 지난해 '사교육 없는 학교'에 선정된 원화여고는 수준별 선택형 특강, Q&A 학습반 등 질 높은 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학생 저마다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주목받았다. 특히 KT에듀와 MOU를 체결, 전국 유명강사와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양방향 화상 수업은 이 학교만의 특색. 이욱 교장은 "'국제이해교육 시범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영어 캠프,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구 전문계고 중 유일하게 선정된 대구제일여상고는 '금융·통상 분야 특성화고'의 면모를 자랑했다. 선 취업 후 진학을 기치로 내건 제일여상의 경우 산·관·학 협력 협약을 통해 높은 취업률과 다양한 취업 지원 활동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석종륜 교장은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으로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수학 선생님들의 축제, '대구 수학 페스티벌'
"자, 선생님들 조별로 모이세요." "옆 사람에게 자기 소개하세요."
9일 오전 계명대학교 의양관. '살아있는 수학수업'이 진행 중인 한 강의실에 들어가자 들썩대는 분위기가 여느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강연자는 '수업의 달인'으로 정평이 난 서울미술고 권순현 교사. 그는 한 시간 내내 재미있는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알기 쉽게 보여줬다. 그가 강조한 것은 수업의 오프닝. "선생님이 수업 시작하면서 '책 펴' '줄 맞춰' 이러면 아이들이 얼마나 싫어하겠어요. 안 그래도 수학 과목이 어려운데."
권 교사의 오프닝은 한마디로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기르는 것. 언뜻 노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처음 5~10분간의 즐거운 오프닝은 학생들의 잠을 깨우고 왠지 이 수업이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런 식으로 해서 진도나 제대로 맞출까' 하는 게 대부분 선생님들의 걱정이예요. 하지만 강의식 수업으로 한 시간에 20문제를 푸는 것과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갖고 10문제를 푸는 것을 비교해보면 성과는 전혀 달라지지요."
또다른 강의실에서 진행된 '수학 마술'. 이곳은 강연자가 아예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된 듯 다양한 마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길이가 다른 끈 3개로 보여주는 간단한 마술에 학생(교사)들이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강사인 에듀매직코리아 박근영 씨는 "마술에도 수학적 원리가 숨어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생일을 맞히는 마술도 선보였다. 학생 저마다의 출생 월과 일에 일정한 공식을 대입하니 어떤 사람의 생일도 척척 맞힌다. 박 씨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마술 그 자체를 보고 신기해하지만, 마술을 배우다 보면 원리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수학적 원리를 깨닫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날 페스티벌에서는 '톡톡 튀는 플래시 활용 수업' '교과 교실제와 수학 체험학습' 'Cabri 3D를 이용한 3차원 작도' '4D 프레임으로 탐구하는 델타 다면체' 등 다양한 주제 수업이 강의실별로 진행됐다. 포스텍 김동석 입학사정관의 '입학사정관제와 학교 수학교육' 강연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포스텍은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며 "입학 사정관들은 수능 위주의 문제 풀이 학습 능력이 아니라, 진로와 관련해 왜 그러한 활동을 하게 됐는가를 더 중시한다"고 했다.
행사를 주관한 대구중등수학교육연구회 관계자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수업을 위해 교사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며 "정기 연수와 페스티벌 등을 통해 대구 학생들의 수학 능력을 키우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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