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 모르는 모기, 잠못이루는 가을밤

전문가들 무더웠던 9월에 대량 번식, 개체수 늘어

직장인 김형석(30) 씨는 가을 모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 몸이 찌푸둥한때가 많다. 김 씨는 "잠이들었다가도 귓가에서 '왱왱' 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주 깬다"며 "밤시간 시도때도 없이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너무 괴롭다"고 푸념했다.

주부 이화순(66·여) 씨도 "저녁에 청소하면서 모기를 많이 잡아도 잠자리에 들 무렵엔 여전히 모기가 설친다"며 "갓난아기인 손자가 모기에 물릴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8월23일)가 한참 지나 10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모기가 '활개'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높았던 9월 기온 탓에 가을 모기 개체 수가 늘어난 데다 모기가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오면서 체감 개체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8월 무더위 때보다 9월 모기 개체수가 오히려 증가했다. 7월 수성구 대흥동에서 채집된 모기 개체 수는 1천571마리였다가 8월에는 645마리로 줄었지만 9월 들어 다시 781마리로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보통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초 모기 개체 수가 급감하지만 올해는 기온이 높아 한여름에 볼 수 있는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올해 대구경북의 9월 평균기온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평년(19.9℃)보다 1.4도 높았다.

일부 지역에선 체감 개체 수가 여름 못잖다. 이때문에 시민들은 실내에서만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가을 모기가 여름철보다 더 많고 한 번 물리면 가려움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추세를 미뤄볼 때 11월 초까지 모기가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가을 모기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면서 살충제를 찾는 시민들도 많다. 대구 북구 한 대형소매점 관계자는 "보통 초여름에 살충제를 찾는 고객이 많은데 요즘은 날씨가 서늘한데도 그 못잖게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대구 모기 개체 수 변화(수성구 대흥동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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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ㅣ 5월 ㅣ 6월 ㅣ 7월 ㅣ 8월 ㅣ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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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수 ㅣ 33마리ㅣ 437마리ㅣ 1천571마리ㅣ 645마리ㅣ 781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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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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