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부동산대책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지만 지방 주택건설시장은 여전히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이라는 명분 하에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및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최대 2억원 지원 등을 포함한 조세정책과 보금자리 주택공급 물량조절 및 미분양 물량 환매조건부 매입 등 지원정책을 내놓았다. 내년 3월까지 한시적 시행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DTI 규제를 전면적으로 없앤 것은 상당히 적극적인 대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정책이 실패한 것이다. 대체로 '빚내서 사봐야 값이 떨어지면 뒷감당을 누가 하느냐'인 것이다.
지역적인 고려도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었다. 올 7월 기준 미분양은 총 10만6천464가구인데 그중 7만8천313가구(75%) 정도가 지방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더 심각하다. 전국 5만485가구 중 지방이 4만4천224가구(87%)에 달한다. 주택거래 정상화의 첫 단추가 미분양 해소이고 비율로 따져도 지방을 먼저 챙겨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실효도 거두지 못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시장 양극화만 초래한 것이 금번 대책이다. 실제로 지방은 8'29대책 이후 더 냉각되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 이미 부동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상실한 지방에서는 수요를 유발시킬 수 있는 유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그나마 지켜보던 수요자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니 이른바 '빨대 효과'다. 안 사지만 만에 하나 산다고 해도 지방이 아닌 수도권 아파트를 사겠다니 그야말로 지방 건설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그러니, 전향적으로 인식의 대전환을 하기 힘들다면 지역별로 맞춤형 대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첫째,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분양가 인하와 관계없이 10년간 100% 감면해야 한다.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분양가를 할인하라고 하지만 분양가 할인은 기존 입주자의 계약해지 요청과 집단소송을 불러 오히려 주택거래를 마비시킨다. 둘째, 지방 미분양 주택구입시 자금 출처 조사를 면제하여 주택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긴급대책으로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전례가 있다. 셋째, 과거 주택가격 폭등과 시장 과열 시기에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는 전면 폐지하여 민간의 기술혁신과 주택 공급이 활성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수요층이 좁다.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집을 사야 건설경기가 활성화된다. 양도소득세, 구입시 자금출처 조사,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중과세 등 모든 규제를 다 풀어야 그들이 움직인다. 주택 프리미엄 시대는 갔다. 빚내서라도 사두면 오르니까 훌륭한 투자가 되는 시절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빚내기 좋은 정책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오히려 다른 분야처럼 친환경주택이나 에너지절감형 주택, 컨셉트 주택 등 혁신 상품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장려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건설시장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20% 정도라고 한다. 건설시장의 고용 능력이 줄거나 불경기가 지속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미치는 여파가 심각하다. 집값 폭락은 국가경제의 마비로 이어지고 서민들이 지금까지 겨우 이뤄온 결실을 송두리째 말아먹는다. 더 이상 과거의 인식에 기반한 '규제완화' 정책은 뭘 하더라도 쓸모없다. 주택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혁신을 거듭하는 주거상품'으로 보고 그에 따른 업계의 노력을 장려해야 한다. 지금 인식의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어 또 다른 국가경제의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여기가 바닥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하자.
최병호(대한주택건설협회 경상북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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