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와룡대교

대구에 모처럼 명물 하나가 생겼다. 경부 고속국도 하행선을 타고 내려오면 어디쯤에서 대구에 진입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물론 이정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대부분 금호JC의 얼기설기 얽힌 고속국도 연결 구조물을 보고 대구에 진입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는 동대구 나들목을 지나칠 때까지 별다른 상징물 없이 대구를 관통한다. 도시를 관통하는 동안 차량이 밀린다는 것을 느낄 뿐, 대구는 정말 '특색 없는 도시'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그런데 어느 날 북대구로 진입하면서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칠곡 지천에서 좌회전하며 대구로 들어오는 순간, 눈앞에 아름다운 구조물 하나가 떡하니 들어왔다. 멋진 사장교가 들어선 것이다. 때마침 야간이라 조명을 밝혔는데 사장교 특유의 크고 작은 삼각형 두 개가 마치 대구에 왔음을 알리듯 반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름 하여 '와룡대교'다. 북구 금호동(금호택지지구)과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를 연결하는 다리다. 길이 420m, 폭 32m, 다리를 쇠줄로 당겨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기둥은 2개로 최대 높이는 66m. 지난 추석 때 임시 개통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한 후 대구시에 기부한 것인데 대구 시민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다. 아직 정식 개통되지 않아 인도 위를 걸을 수는 없었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금호강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의 '금문교'나 영국의 '런던 브리지'도 아닌 이 조그만 교량 하나에 어린아이처럼 이렇게 마음이 들뜬 것은 대구 시민이 그동안 얼마나 삭막한 공간에서 지내왔는지를 알리는 증거가 아닌가.

이제 교량 하나, 건물 하나라도 마구잡이로 지어서는 안 된다. 신천과 금호강을 관통하는 33개 교량 중에 특징 있는 다리가 있는가. 동신교 수성교 대봉교 중동교 등 모두 네모 반듯반듯하게 지어져 있어 신천대로를 이용할 때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지나치기 일쑤다. 교량이 그만큼 특색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일제강점기 때 지었다는 푸른 다리가 아치형이어서 훨씬 정감이 간다.

이런 돋보이는 창의성이 하나 둘씩 모여 '문화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색깔이 알록달록하다고 컬러풀이 아니다. 눈이 즐겁고,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런 조형물, 이것이 바로 진정한 '컬러풀 대구'의 위상이 아니겠는가.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