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7일 인천에서 제8차 세계한상대회가 열렸다. 전세계 42개국에서 1천190명의 한상(韓商)들이 3일 동안 인천에 대거 상륙했다. 대회는 성공적이었다. 521개 부스 규모로 전시 기간 동안 상담액만 4억1천만달러, 현장 계약건만 7천300만달러 상당을 기록했다고 인천시는 평가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이 아쉬움을 인천시 한 공무원은 "재주는 인천이 부리고, 돈은 서울이 벌었다"고 표현했다. 무슨 의미일까? 낮에는 인천에만 모여있던 '한상'들이 해만 떨어지면 대부분 서울로 가더라는 얘기였다. 행사기간 내내 만찬과 뒤풀이를 위해 서울의 음식점과 술집으로 한상들이 죄다 빠져나간 것.
세계한상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구시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ENJOY 대구'라는 책자를 17일 한상들이 머물 호텔과 종합안내데스크에 급히 비치했다. 책자엔 대구의 맛집, 쇼핑몰, 전통시장, 문화행사 등이 자세하게 실렸다. 'ENJOY 대구'는 300만원의 시비를 들여 2천 부가 제작됐다.
대구시 배영철 국제통상과장은 "대구를 찾을 재외 한상 1천500여 명에게 대구의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를 홍보할 수 있도록 두 달여에 걸쳐 만들었다"고 했다. 행사 이후에도 대구에서 '즐겁게 돈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시의 의도다.
이 때문에 'ENJOY 대구'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메뉴까지 포함됐다. 대구시내 유흥업소와 요정, 나이트클럽 등을 소개한 '밤문화' 지도다. 한상들이 머물 시내 5개 호텔 인근에 위치한 150여 곳의 유흥업소 등의 리스트가 소개된 것. 'ENJOY 대구' 제작을 전담한 한 공무원은 "대구 홍보책자에 술집 리스트를 실은 것은 처음이다. 또 조사하면서 대구에 이렇게 많은 술집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했다.
'ENJOY 대구'는 한상대회를 주최하는 재외동포재단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천대회 때 고국을 방문한 회원들이 '행사 후 마땅히 회포를 풀 장소를 찾지 못해 불편했다'는 의견에 따라 올해 초 대구시에 '술집 리스트'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구시 고위공무원은 "처음엔 황당했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격'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향후 각종 대규모 행사 때도 'ENJOY 대구' 업그레이드판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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