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보기] 내 맘대로 베스트10 - (6) 노트르담 드 파리

웅장한 음악이 매력적인 프랑스의 국민뮤지컬

2005년 2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프랑스 뮤지컬 한 편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프랑스 뮤지컬, 더 나아가 유럽 뮤지컬들의 국내 진출 첫 물꼬를 튼 . 우리들에겐 동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앤서니 퀸 주연의 영화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더 친숙한 작품이기도 하다. 는 선악 대비의 단순 구도로 표현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15세기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선천적 기형인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라는 기본 줄기는 같지만 이성과 감성, 신(神)중심과 인간중심의 사회,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다층적 사회와 다중적 인간의 내면을 표현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더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와 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서로 다른 사랑 방식이다. 콰지모도의 사랑이 진실한 사랑에 가깝다면 프롤로의 사랑은 소유와 욕망을 앞세운 사랑이고, 페뷔스의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세 사람의 사랑의 근원은 모두 동물적인 욕망에서 시작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세 남자가 삼중창으로 부르는 뮤지컬 넘버 '아름다워'(Belle)는 이들의 내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54곡의 뮤지컬 넘버는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하게 귓가를 맴돈다. 콰지모도가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춤추어라, 나의 에스메랄다'(Dance mom Esmeralda)를 절규하며 부르는 피날레 장면은 감동적이면서도 오래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영미권 뮤지컬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는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파리의 웅장한 대성당을 기대했던 무대부터가 생소하다. 암벽을 연상케 하는 형이상학적인 무대는 극의 진행에 따라 새로운 무대장치와 조명과 어우러져 성당, 카바레, 감옥 등 다양한 공간을 창조해 낸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줄과 대형 H빔, 거대한 종 등 각종 무대장치에 매달려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서커스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드럼통, 바리케이드 등 효과적으로 사용된 소품들도 지극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연출되고 있다.

무대와 함께 역동적이고 전위적인 안무, 의상과 헤어 또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디자인되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무용은 단순한 볼거리 차원을 넘어 극의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배우와 무용수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을 잘 살려 무용수들은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 브레이크 댄스 등을 접목해 한 차원 높은 안무를 보여주며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 전개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98년 9월 파리에서 초연된 는 프랑스에서만 300만, 전 세계에서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프랑스 뮤지컬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미국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아시아 최초의 국내 공연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개막 후 입소문을 통해 평단과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일반적인 뮤지컬이 주는 '재미'보다는 '감동'을 추구하는 가 감동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이 성공요인이다.

그래서 두 번의 프랑스 오리지널 캐스트 내한 공연 이후 라이선스 공연으로 제작되어서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제작사가 문을 닫게 되어 지금은 중국 제작사가 아시아 판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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