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김희철(50) 홍보관은 차분한 인상과 달리 보헤미안(Bohemian) 기질이 다분하다. 그동안 옮겨다닌 회사가 6곳이고 캐나다 이민 시절의 편의점 운영까지 치면 도공은 벌써 8번째 직장이다. "좋게 말하면 능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제가 변화를 좋아합니다. 한곳에 오래 머물면 왠지 답답해지더군요. 그런 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자라는 직업이 제 천직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만."
한국과 캐나다 언론사에서 15년을 보낸 기자 출신인 그의 '방랑벽'은 어쩌면 조기 유학의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교육열이 남달랐던 부모 덕분에 상주 남산중학교 2학년 때 초등학생이었던 동생과 함께 서울 유학을 와 봉천중·양정고·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올라와 처음엔 반찬 가지러 고향 다녀오는 게 말 그대로 큰일이었어요.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뚫려 상주까지 2시간이면 가지만 1970년대에는 6시간이나 걸렸거든요. 그래도 그 시절 추억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도로공사 홍보관으로 일하면서 기자 시절 쌓았던 인맥과 경험을 활용, 대외협력 업무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다. 도공의 2012년 김천 혁신도시 이전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부지 매입은 25% 정도 진행됐고 실시설계 역시 올해 말이면 끝납니다. 본사 직원 대부분이 단신 부임 대신 가족 모두 지방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는 등 분위기도 좋습니다. 고향 근처로 갈 수 있어 저도 무척 설레지만 도공의 협력업체까지 끌어들일 만한 김천시의 노력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는 한때 정치권에도 몸담았지만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외환위기 때 이민 붐이 불면서 저도 캐나다로 갔죠. 사회적 스트레스가 덜한 나라에서 8년 동안 살면서 나름 잘 적응했었는데 가슴 깊은 곳의 향수병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귀국 후 지인의 소개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무특보 등으로 일했지만 제 갈 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탈리아 요리 만드는 게 취미라는 그는 은퇴 후 해외동포들과 고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했다. "재외국민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대구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처럼 세계 각국 동포경제인과의 네트워크도 갈수록 중요해질 겁니다. 글로벌 강국을 만드는 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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