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춘광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대구시지부장

"고엽제환자 12만여 명…피해 배상은 당연"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는 4일부터 2주간에 걸쳐 미국 워싱턴 D.C.백악관 앞에서 베트남 참전으로 입은 고엽제 피해에 대해 미국 측의 조속한 배상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는 4일부터 2주간에 걸쳐 미국 워싱턴 D.C.백악관 앞에서 베트남 참전으로 입은 고엽제 피해에 대해 미국 측의 조속한 배상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정춘광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대구시지부장
정춘광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대구시지부장

"전쟁 당사자인 미국은 마땅히 고엽제(다이옥신류) 피해를 배상해야 하며 우리 정부도 소극적인 태도로만 일관할 게 아니라 파병결정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정춘광(67) 대구시지부장의 어조는 격앙됐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는 이형규 총회장을 비롯해 전국 지부장 30명은 4일부터 2주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고엽제 피해의 조속한 배상 마련'을 요구하는 침묵시위와 오바마 미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각국 언론에도 탄원하고 돌아왔다. 이번 방문은 2000년, 2003년, 2006년에 이어 4번째다.

"원인도 모르게 갑자기 온몸이 아파오고 체중이 급격하게 줄며 심할 경우 살점이 썩어가는 고엽제 피해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을 모르죠. 그것도 참전 20~30년이 지나서 말이죠."

현재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고엽제 후유증 환자는 약 12만여 명. 고엽제전우회에서 추정하는 숫자는 전국에 약 15만여 명에 이른다. 대구에는 5천여 명, 경북에는 6천여 명이 있다.

1965년 국회의 파병 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그해 10월 국군 1개 전투사단을 시작으로 8년 8개월 간 32만여 명의 장병들을 베트남에 파견, 5천여 명이 전사하고 2만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베트남전은 1975년 4월 30일 종전했지만 참전용사들은 여전히 고통속에 살고 있다.

"1960년부터 1971년까지 살포된 고엽제는 비단 밀림뿐 아니라 한국군이 주둔했던 부대 주변 숲을 제거기하기 위해서도 무차별로 뿌려졌죠. 미군들은 노란색 드럼통에 고엽제를 섞어 비행기로 마구 살포했는데 그들은 이를 두고 'Agent Orange'라고 불렀죠."

4년(1965~1969년)간 참전했던 정 지부장에 따르면 밀림 속에서 잠복근무를 선 병사들은 미군이 비행기로 작전지역 일대에 고엽제를 살포하고 지나가면 미세한 물방울 같은 고엽제가 얼굴과 철모위로 뿌옇게 내려앉으면 흐르는 땀을 훔쳐내듯 얼굴에서 그 잔유물을 훑어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때 그 일이 20여 년이 지나 후유증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던 것.

"문제는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 참전 군인에 대해선 1980년대 들어 소송이 제기됐고 이어 1988년을 기점으로 모두 배상이 이뤄졌다는 거죠. 그러나 유독 한국군에 대해선 미국도 우리 정부도 등한시했었던 거죠."

그 까닭을 정 지부장은 1979년 12·12사태에 이은 광주민주화운동 및 잇단 반정부단체의 시위 등 시끄러운 당시 내정 때문에 정부가 기회를 놓쳤던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브라운 각서(한국군의 월남 증파에 따른 선행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안보와 경제발전 등 제반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한다는 통고서)와 전투수당 등 당시 참전 군인들의 피의 대가로 이 나라의 경제가 이만큼 성장하게 됐음에도 정부가 고엽제 피해자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안 될 말이죠."

고엽제전우회는 1999년 9월 1만6천800명이 공동으로 고엽제 피해에 대해 미 제조회사인 다우케미칼, 몬산토사 등 6개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했고 항소심에서 2006년 1월 일부 승소판결을 받은 뒤 다시 3월에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올 8월 담당대법관의 퇴임으로 현재 소송은 미결인 채 계류 중에 있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정받은 질병은 연조직육종암, 말초신경병, 폐암, 후두암, 호지킨병 및 일광과민성 피부염, 지루성 피부염, 근질환을 비롯해 2세에까지 영향을 준 척추이분증, 하지마비척추병변 등 38종에 달하고 있다.

"올해 안에 고엽제 배상이 해결돼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회원들의 평균연령이 67세가 됐기 때문이죠."

고엽제전우회는 배상액을 1인당 3억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2006년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을 때의 금액은 600만~4천만원 선이었다.

정 지부장은 이에 대해 미 당국은 물론 우리 정부도 같은 선상에서 배상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베트남전 참전 장병들은 병마와의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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