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낮 12시 30분 경북대 학생식당 복지관 앞. 점심식사를 막 끝낸 학생 10여 명이 식당 앞에 있는 책상으로 몰려들었다. '우리 힘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자'는 글귀가 적혀 있는 책상에는 서명서와 1천원을 걷는 모금통이 놓여 있었다.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청구를 위한 경북대 운동본부'가 이달 19일부터 국가를 상대로 한 반환 소송을 위해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있는 것. 1천원은 변호사 선임비용을 대기 위한 분담금이다.
기성회비는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시설 투자 등에 쓰이는 돈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북대는 지난 7년간 '급여 보조성 인건비'라는 명목으로 교직원들에게 총 1천459억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이는 전국 40개 국·공립대 중 서울대(3천98억원)와 부산대(1천497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달 14일 김세연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개교기념일 포상(1억4천986만원), 교직원 체육대회 행사(2천964만원), 교수아파트 내부비품 구입(1억1천891만원) 등 경북대가 기성회비 용도와 맞지 않는 예산집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방만한 기성회비 운영을 뒤늦게 알고서 분통을 터뜨렸다. 경북대 이상원(23) 씨는 "교직원 체육대회에 기성회비 3천만원을 썼다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더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힘을 보탰다.
최정훈(23·경영학과) 씨는 "등록금 관련 시위는 목소리만 내다가 끝나는데 소송을 한다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졌다. 고질적인 등록금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학생들은 또 기성회비 운영에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적인 등록금 심의위원회' 단장 황지민(24·문헌정보) 씨는 "우리가 낸 등록금이니 기성회비 운영 과정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성회비가 사각지대에서 엉뚱하게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 40개 국·공립대 중 현재 소송을 준비하는 대학은 경북대와 서울대, 두 곳이다. 경북대 운동본부는 서울대와 힘을 모아 29일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한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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