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들은 말러 교향곡을 어떻게 재미있게 들을까 자주 고민한다. 왜냐하면 그의 교향곡이 전통적 형식을 무시하며 음악 속에 철학자 니체의 언어를 빌리는 등 디오니소스적인 감성으로 우주와 자연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말러 자신도 이를 교향곡이라 하기가 부적절하다며 모든 기술적인 수단을 강구한 세계일뿐이라 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지난달 29일 곽승 지휘로 대구시향이 처음으로 연주한 말러 교향곡 제3번을 들어보았다.
제1악장은 금관 악기의 팡파르와 타악기의 울림을 기대하며 듣는다. 8대의 혼이 포효하는 듯 선전포고를 하는 도입 부분이 더 거칠었으면 했다. 선율이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의 뒷부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는 현의 트레몰로 위에 군림하고 있다. 발전부에서 트롬본 파트가 약간 목이 메는 듯 처지는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 재현부는 전투개시 명령으로 팀파니와 타악기들이 폭풍과 같이 으르렁 울리는 전율감으로 말러가 유년 시절 군부대 부근에 살면서 들었던 군악대의 행진곡 영향의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제2악장은 현과 목관 악기의 정교한 앙상블을 들려주었으며 현악군의 잔물결과 같은 선율은 너무 아름다웠다. 현은 흐느끼며 지휘자의 손은 속죄를 구하는 구도자의 손 같이 빛났다. 제3악장은 마치 동물사육제에 온듯 했다. 당나귀, 염소 우는 소리, 울부짖음, 신음소리가 뒤엉키면서 혼란한 가운데 저 멀리서 우편 나팔의 세레나데를 들려주었는데 포스트 혼의 에피소드는 너무 아름답고 은은하였다.
제4악장은 알토 독창자가 니체의 시에서 따온 '인간은 조심하라' '세상의 고통은 깊구나'를 실내악적 부드러운 현악파트와 신비스런 앙상블을 재현하여 연주 완성도가 높아보였다.
제5악장은 바이올린 파트가 잠시 쉬어가는 동안 종소리, 소년 합창, 여성 합창 소리를 기대하게 되는데 어린이 합창단의 '빔 밤' 종소리가 무대 뒤쪽에 가려 앞으로 치고 나오질 못하였는데 좁은 무대 구조상 합창단 배치의 한계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알토 솔로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리까'에서 현과의 앙상블은 말년의 말러가 신을 찾아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연주였다.
제6악장 피날레는 말러가 현악기에게 얼마나 신중하게 선율을 맡기는가를 보여주었다. 바이올린의 G선이 빚는 비탄에 잠긴 칸타빌레는 마지막 아다지오 악장을 빛내 주었다. 베토벤 이래로 가장 위대하다는 아다지오 악장에서 마침내 모든 악기가 대자연의 음향을 크게 울려 세상의 모든 갈등이 해소되어 지복의 단계로 상승시켜 주었으나 팀파니 부분이 약하였다. 6개의 다른 악장이 서로 엄청난 불일치를 갖고있는 이 교향곡 3번은 오랫동안 목마르게 기다리던 '말러리안' 들에게 큰 여운과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윤성도(계명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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