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K(35·여) 씨는 딸(10)과 함께 대구 달서구 대천동 이마트 월배점을 찾았다 강도를 당할 뻔했다. 쇼핑을 마친 K씨가 짐을 차에 싣고 딸을 승용차 뒷좌석에 태운 것은 이날 오후 8시 30분쯤. K씨가 앞좌석에 타자마자 모자를 쓴 낯선 남자가 뒷좌석에 올라탔다. 남자는 은박지로 싼 흉기로 딸을 협박했다. 딸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 K씨는 강도의 흉기를 손으로 잡고 몸싸움을 벌였고 강도는 흉기를 떨어뜨리고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야외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작 CCTV 확인 결과 강도가 입은 옷을 제외하고 구분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CCTV에 기록된 영상은 단 7초. 경찰은 "다중이용시설이지만 CCTV 숫자도 적고, 화질이 떨어져 바로 앞에 주차된 차량의 차량번호도 식별하기 힘들다"며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라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목격자도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고객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 물품 도난 등을 방지하기 위한 매장 안 CCTV 설치에는 적극적인 반면 야외주차장 CCTV 설치를 소홀히 하고 있다.
사건이 있었던 이마트 월배점 야외주차장의 주차면수는 300여 개. 하지만 이곳에 설치된 CCTV 숫자는 7대에 불과했다. 20m당 1대꼴로 설치돼 있는데다 야간에는 식별이 불가능하다시피한 상황이다.
반면 매장 내에는 1.2m 폭의 계산대마다 CCTV가 설치돼 있었다. 물품이 있는 매장 역시 10m 안팎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이마트 월배점에는 전체 120대의 CCTV 중 70대가 매장 안에 있다. 매장 내 물품 도난이나 계산원들의 실수를 적발하기 위한 감시카메라 확보에는 적극적인 반면 고객들이 이용하는 야외주차장의 안전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야외주차장의 순찰요원은 2명뿐으로 이마저도 주차공간 안내를 위한 것이었다.
이마트 월배점 측은 야외주차장에 설치된 CCTV가 최신형이지만, 사건이 순식간에 일어난데다 조명이 약해 강도의 인상착의를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곳 관계자는 "올 초 CCTV를 최신형 기종으로 교체해 성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조도가 낮아 식별이 힘든 것 같다"며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조도를 높이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대형마트 내 무빙워크 및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9일 대구 수성구 동아마트 수성점에서 K(5) 양이 무빙워크에 왼손이 끼여 손가락 4개가 으스러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앞서 지난 3월 21일 포항시 남구 상도동 홈플러스에서도 쇼핑카트가 무빙워크 끝지점에 걸려 뒤따르던 카트 4, 5대가 연쇄 추돌해 40대 남성의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2005년 4월 북구 동천동 홈플러스 칠곡점에서는 여중생이 무빙워크와 벽 사이에 머리가 낀 채 3m나 끌려가는 사고가 났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유통시설 내 안전사고는 2006년 124건, 2007년 198건, 2008년 331건, 2009년 1~9월 24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빙워크의 안전 사고 예방을 담당하는 안전요원이 항상 대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인력난을 이유로 안전요원 배치를 외면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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