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속 경상도 마을'에 백일홍 꽃 피운다

경북도, 길림성 알라디촌 방문 한마당 잔치

지난달 20일 오후 2시쯤 중국 길림성 길림시 알라디촌.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마을 주민 100여 명이 경상북도가 마련한 '문화교류 한마당'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알라디촌 소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깜찍한 '호박꽃' 율동과 동시 낭송에 이어 경상북도 공무원문학회(회장 조무제)는 알라디촌 주민과의 만남을 자작시로 낭송해 어르신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이어 펼쳐진 경북도립국악단의 민요 공연과 사물놀이 공연은 마을 어르신들의 흥을 한껏 돋웠다. 특히 태평가와 양산도, 밀양아리랑 등 민요를 부른 김미림 씨의 공연은 어르신들의 인기를 끌었다.

도립국악단 공연에 이어서 알라디촌 노인회 어르신들이 그리운 고향에서 방문단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연습한 춤과 농악무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알라디촌 마을주민들이 마을노래인 '꽃피는 알라'를 합창하면서 문화교류 한마당을 마무리했다.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사)인문사회연구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중국 속의 경상도마을을 발굴·조사해 조선족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경북도와 동북3성 간의 각종 교류의 길을 터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알라디촌은 조선족의 상당수가 안동, 예천 출신이다. 653가구 2천600여 명으로 중국내 조선족 마을로 명성이 높았지만 학생들의 유학과 젊은이들의 돈벌이를 위한 대도시 또는 한국행으로 실 거주자는 600여 명에 불과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중국 속 경상도마을은 300여 개 정도로 추산되며, 일제 치하에 농지 확보와 독립운동 등을 위해 조선반도에서 중국으로 집단 이주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현재 요녕성과 길림성, 흑룡강성 등 동북 3성에 널리 분포돼 있으며, 중국내 전체 조선족 190여만 명 중 경상도인은 4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알라디촌 문화교류의 한마당이 끝난 뒤 경북도 방문단과 현지 인사들과의 경제문화교류를 위한 간담회가 이어져 이번 교류 한마당이 일회적 이벤트성 문화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교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황유복 중앙민족대학 교수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한국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과정에는 중국 내 조선족의 역할이 지대했으며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IMF의 위기를 극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경북도는 이들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말과 글을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류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경상북도는 앞으로 '경상북도-중국 동북3성 경제문화교류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올해 중 길림성 알라디촌과 금성촌, 흑룡강성 홍신촌 세 지역의 동포 중 원적지가 경북이고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1.5세대 초청사업 ▷마을 조사를 통한 경상도마을 콘텐츠 전시회 및 관광자원화를 통한 가이드북 제작 ▷중국 속 경상도마을의 다큐멘터리 제작 등 중국 동북3성과의 교류협력의 폭을 다양하게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경북도 김병삼 국제통상과장은 "내년에 조선족촌인 금성촌과 홍신촌 등에도 경제문화교류 행사를 여는 등 문화교류행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길림시에서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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