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삶] '푸른장미'개발을 꿈꾸는 임기병 경북대 교수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는 천연 무지개 색 장미.
"사람은 자기 가슴에 무엇을 얼마나 새기고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말하는 임기병 교수. 임 교수는 지난해 세계서 처음으로 천연 무지개 꽃을 개발했다.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는 천연 무지개 색 장미.

"작년에 무지개 꽃을 직접 봤는데 예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임기병 교수의 실험실로 안내하는 교직원 차재은 씨의 말이다.

2009년 세계 처음으로 천연 무지개 꽃을 개발한 임 교수를 찾았다. 무지개 꽃이란 장미, 국화, 백합 등에 화색 변화기술을 응용해서 만든 보존화로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화훼에서 인위적으로 꽃에 염색을 하는 기법에는 꽃에 직접 부리는 '스프레이 기법', 직접 식물체에 염색액을 주입하는 '주사법', 꽃을 염색액에 담가 색을 내는 '침지법', 그리고 줄기로 물을 빨아올리게 하는 '물올림법'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한 가지 색만을 발현하는 단일 염색기법이고 수작업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려웠다.

그러나 임 교수는 물올림 원리를 응용해서 흰색 꽃에 여러 색깔이 발현하는 무지개 꽃을 만들었다. 임 교수는 "무지개 꽃을 개발한 것은 새로운 화훼작물을 만들어 세계 화훼시장을 개척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이 분야 육종가, 연구자라면 모두가 꿈꾸는 '푸른장미'(Blue Rose)를 개발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 이라고 말했다. "흰 장미에 청색 염색액을 뿌린 푸른 장미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땅에 심어도 자연적으로 나오는 청색이어야 하고 그 씨앗을 심었을 때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그는 고향 예천에서 우장춘 박사의 '씨 없는 수박'을 보고는 그 신비로움에 빠졌다고 한다. "그때 마을 사람들도 그랬고 저도 그랬고 수박에 씨가 없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특히 어린 저에게는 마술과도 같았죠. 한여름에 수박을 먹으면 수박씨를 뱉어 내야 하는데 '씨 없는 수박'은 그럴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저도 우장춘 박사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지금까지 인생의 롤모델입니다."

임 교수는 모교인 경북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12년이나 걸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충남의 한 종묘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대구에서 대학원 공부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한 적도 있었다.

"30대 초중반에 다른 사람들은 주말에 여행도 가고 쉬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이 많았는데 수 년간 매일 일과 공부에 매달려 살았습니다. 그때는 잠 한 번 실컷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6년 6개월간을 계속해온 박사과정 공부를 포기해버렸다. 학위는 까마득하게 보이고 자신감을 잃어 포기를 했을 때 처음에는 정말 좋았고 행복했다. 여행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즐거움도 느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우장춘 박사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면 왠지 마음 한 편이 무겁기도 했다. 포기해버린 꿈 때문에 악몽을 꾸기도 하면서 그는 결국 다시 꿈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가족들과 친구, 주위사람의 반대에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공부에만 몰두, 결국 박사 학위를 손에 쥐었다.

임 교수는 "사람은 자기 가슴에 무엇을 얼마나 새기고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새로운 창의가 중요합니다. 무지개 꽃과 푸른 장미도 그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임 교수의 연구실과 실험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글·사진 조보근 시민기자 gyokf@hanmail.net

멘토: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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