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근통 증후군

늘 온몸 아프고 찌뿌듯…"푹 잤는데도 더 피곤"

▲섬유근통 증후군은 푹 자고나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섬유근통 증후군은 푹 자고나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압통점의 한곳인 허리부분에서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환자.
▲대표적인 압통점의 한곳인 허리부분에서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환자.
▲섬유근통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증상이 오른쪽 그림에서 처럼 18곳의 압통점이 나타나는 것이다.
▲섬유근통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증상이 오른쪽 그림에서 처럼 18곳의 압통점이 나타나는 것이다.

"늘 찌뿌듯하고 피곤해.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어. 항상 몸살을 앓는 것 같아."

30대 여성 직장인 이현주(가명) 씨는 1년 365일 중 300일쯤 몸살을 앓는다. 실제로 감기 몸살이 아니라 그런 피로감과 근육통에 늘 시달린다는 것. 이런 증상을 호소하면 주위 사람들은 늘 입버릇처럼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라고 답한다. 정작 문제는 자고 나면 더 피곤하고 아프다는 데 있다. 처음엔 걱정하던 사람들도 꾀병을 의심하게 되고, 별것 아닌데 엄살을 떤다고 생각한다.

경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영모 교수는 "의학이 발달하면서 많은 질병들, 특히 염증으로 인한 질병에 대한 치료는 획기적으로 향상됐고, 동시에 염증질환에 가려져 있었거나 염증이 없기 때문에 무시됐던 기능성 통증 질환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섬유근(육)통 증후군'(FMS:Fibromyalgia syndrome)으로 불리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1940년 윌리엄 가워 박사가 '섬육조직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지만 이후 섬유조직에 실제로는 염증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70년대에 들어 '섬유근통 증후군'의 개념이 다시 정립됐다.

◆어떤 병인가=온몸의 여러 곳이 아프고, 잠을 잔 뒤에도 개운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진찰할 때 18곳의 압통점을 눌러서 11곳 이상에 압통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피로감,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손발의 붓는 느낌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전신의 여러 곳이 아프다는 것은 염증성 질환처럼 같은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는 것과는 달리, 여러 곳에 통증이 있으며 통증의 강도는 심해졌다가도 약해지며, 아픈 곳이 여기저기로 이동한다는 특징을 의미한다.

통증 부위별로 보면 두통, 인후통, 흉통, 복통, 사지통, 그리고 관절통 등 인체의 거의 모든 부분에 분포돼 있다. 그 분포의 조합이 환자마다 조금씩 다르다. 통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통증을 느끼는 부위나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진단기준(실제로는 연구를 위한 분류기준임)에도 전신통증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때 전신통증이라 함은 배꼽을 중심으로 상체와 하체, 그리고 좌'우 모두에 통증이 있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부분적 통증만 느끼는 섬육근통증후군 환자도 상당수 있어 최근에는 진단 기준을 수정하기도 했다. 수정된 기준은 점수로 환산하게 돼 있어 다소 복잡하지만 인체를 19곳으로 나누어 7곳 이상에 통증이 있으면 전신통증지수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본다.

앞서 증상을 보면서 스스로 섬유근통증후군이 아닐까 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몸의 여러 부위가 아프면서 자고 나면 개운하지 않고 피로감이 있으며 기억력 감퇴가 일어나는 사람은 매우 많지만, 이들이 모두 섬유근통증후군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또 섬육근통 증후군에 속하더라도 가벼운 상태에서부터 매우 심한 질환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왜 생기는가=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에 비하면 원인연구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최근까지도 생명을 위협하거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군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삶의 질에만 영향을 미치며 눈에 띄는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없는 이 질환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연구 수준이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전을 설명할 때는 세로토닌(serotonin)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두 가지 물질에 초점을 둔다. 뇌에서 통증을 느낄 때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 신경회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는 혈중 세로토닌이 감소돼 있고, 뇌척수액에 세로토닌 대사물질도 감소돼 있다. 즉 세로토닌이 부족한 상태이다.

유전적으로 세로토닌 수용체나 노르에피네프린 대사효소의 기능에 차이가 있을 때 병이 잘 생길 수 있다는 뜻.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신경전달 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발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에 의해 통증에 대한 '세트 포인트'(set-point)가 달라진다는 이론도 있다. 심한 신체적 혹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반응에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통증과 같은 신체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에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모른다고 걱정할 때나, 이런 일이 일어난 후 휴직하거나 일상생활의 활동을 제한할 때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교통사고와 같은 심한 손상을 입은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멕시코의 여류화가였던 프리다 칼로는 교통사고와 연이은 수술 후 자신이 겪는 섬유통증증후군을 온몸에 못이 박힌 그림으로 표현한 바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프스 환자들 역시 상당수에서 섬유근통증후군이 동반된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섬유근통증후군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한 문제로는 여러 가지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사에 모두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 진단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는다거나 진단을 받았지만 도대체 무슨 병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불안한 상황, 그리고 무슨 약으로 얼마 동안이나 치료해야 하는지 걱정되는 상황들이다.

섬유근통증후군이 모든 환자에게서 심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환자들에 있어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겪는 정도에 불과하다.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소수의 환자들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추가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프리다 칼로 역시 교통사고 후 크고 작은 수술을 30회나 받은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치료는 크게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속하는 경증질환의 경우 병에 대해 적절하게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보인다. 운동 역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며 특히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그리고 유연성 운동이 추천된다. 그 외에 인지-행동치료도 도움이 되며 이 치료 역시 주로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 핵심이다.

하지만 중증에 속하는 환자들에게는 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삼환계 항우울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항경련제, 그리고 진통제이다. 질병의 원인이 뇌신경계의 신경전달 과정의 변화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을 주로 사용한다. 삼환계 항우울제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신경전달과정에 세로토닌과 놀에피에프린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항경련제로 분류되는 프리가발린(리리카 TM)은 신경성 통증치료제로 개발됐으며 섬유근통증후군 치료제로 미국 FDA에 첫 번째로 승인받은 약물이다. 과거에 비해 약물치료가 향상됐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경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영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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