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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대구에서 온 편지 '참 멋진 사람들'

단풍으로 물든 산하가 참 아름답다. 은행잎들이 거리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아,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문득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가운데는 구미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신문을 통해 한동안 소개된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비록 만난 적은 없으나 다들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낯선 고장에 삶의 둥지를 마련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고 베푸는 사람들, 몸담아 살고 있는 고장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구미, 그리 먼곳이 아니다.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도 걸음이 뜸했던 것은 친인척이 살고 있지도 아닐 뿐더러, 긴한 일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음의 열정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던 곳이자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흔적을 추억이라 한다. 심지어 상처나 슬픔조차도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법이다.

지난날들이 부스스 털고 일어난다. 어느 날 갑자기 구미시청에 발령을 받았다. 곧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마치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집을 나섰다. 낯선 곳이라 생활환경이 어설펐다. 오히려 새로운 환경이 도전 정신을 자극해서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었고, 처음 생각과 달리 꽤 오랫동안 구미에서 지냈다. 되돌아보면 아름다운 한 시절이었는데,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구미는 경부선 철도의 작은 역 주변에 형성된 한적한 농촌이었다. 그러나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구가 늘어났고 시가지 또한 확장됐다. 마침내 선산군 구미읍과 칠곡군 인동면을 통합해서 구미시로 거듭났다.

새로운 도시의 행정수요는 나날이 늘어났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는데 따른 마찰과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거기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해서 생활민원이 만만찮았다.

도시 발전을 위해 시민들의 뜻을 한데 모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나 시민헌장같은 것을 만드는 일도 한 방법이다. 그리하여 '구미의 찬가'를 만들기로 하였다.

때마침 제22회 경상북도 도민체전 개최지로 결정됨에 따라 응원가로 사용하려는 뜻도 있었다. 이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노랫말을 현상 공모하였다. 그러나 응모한 가사를 심사한 결과 당선작을 내지 못했고, 시간적 여유 또한 없어서 작가에게 의뢰했다. 그렇게 선정된 노랫말을 작곡가 길옥윤(본명 최치정)에게 맡겼다. 인기 작곡가인 그는 '서울의 찬가'로 이미 널리 알려진 터였다.

또한 '시민헌장'을 만들기로 하였다. 지역의 덕망있는 인사와 전문가들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지역의 오랜 전통과 시민들의 진취적 기상을 전문에 담고 실천 덕목을 덧붙인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가치를 시민들의 약속과 다짐으로 삼는다. 아름다운 우리말 문장으로 다듬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결과, 서예가 운봉(雲峰) 금인석(琴仁錫)이 쓰고, 조각가 정은기(鄭恩基)가 만든 시민헌장비를 금오산 잔디밭에 세워졌다. 1985년 일이다.

그동안 구미는 눈부신 발전을 했다. 국내 최대의 전자산업의 중심도시가 됐고 다양한 문화·관광자원을 잘 가꿔 놓았다. 시민 절대 다수가 30대인 젊고 역동적인 도시가 됐다. 구미에는 또 외형적인 것 말고도, 살맛나는 도시를 만들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른바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예부터 신은 자연을 만들고, 사람은 도시를 만든다고 했다. 도시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로 해서 마찰이나 갈등, 분쟁,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고 앞장서는 사람들이 있으면 벽은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아울러 이웃을 위해 나누고, 베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면 살맛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구미는 멋진 도시, 참 멋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종 욱(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박스물=김종욱은?

초창기 구미시 기획실장(1982.3~1986.7)으로 일했다. 재임시'구미찬가'의 노랫말을 지었고,'시민헌장'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문화 예술회관건립을 비롯한 주요 시책입안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 뒤 경상북도로 자리를 옮겨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고령군 부군수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현재 대구에서 문화사랑방'허허재'를 열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대구 이야기'를 비롯한 12권의 작품집을 펴냈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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