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과 수직이 수없이 교차한다. 반듯한 네모 칸도 있고 비뚤비뚤하거나 올이 빠지고 중간에 뜻하지 않게 멈춘 선들도 존재한다.
작가 백미혜는 이를 두고 '삶'이라고 말한다. 바르고 올곧게 살고 싶지만 모든 인생이 그렇지는 못하다. 선이 사라지기도 하고 여러 개의 선이 중첩되면서 존재가 희미해지기도 한다. 작가의 근작 25점이 12월 7일까지 이포(yfo)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시인이기도 한 작가는 초기에 점과 선, 면을 탐구하는 '땅 따먹기'라는 전시를 열었다. 그 후로는 신표현주의, 구상적인 작품에 한동안 힘을 쏟았다. 하지만 수없는 이미지가 떠돌아다니는 요즘, 작가는 "형상으로 말할 것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30여년을 돌아 다시 선과 면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하고 가장 기본적인 회화의 요소로 돌아온 것.
그동안 시와 그림의 호흡을 맞추며 같은 주제로 작업했다면, 이번에는 시 자체로 작품을 시작했다. 그는 시집을 잘라 시구들을 섞어 캔버스에 붙이는 작업을 했다. 그 시구를 색 테이프로 대체했고, 한없이 붙이는 작업에서 십자가가 오버랩되기도 하고 원고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강렬한 색감과 리듬감이 느껴진다. 053)422-5580.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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