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 공자는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

중화의 꿈, 중국의 미래전략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현대중국학회/중앙북스

아시안게임 개막식 공연을 TV로 보며 강렬한 전율을 느꼈다. 배를 타고 항해를 하며 바다와 싸우는 어부의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한 역동적인 동작에서 중국의 힘과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와 이웃해 있으면서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중국의 현재는 어떤 모습이며 우리는 어떻게 중국과 만나야 할 것인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현대중국학회가 공동으로 『공자는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를 펴냈다.

드라마틱한 격변의 세월을 거쳐 온 중화인민공화국의 60년 역사와 1978년부터 개혁'개방의 길을 걸어가면서 새로운 사회주의의 실험을 해온 궤적,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복판에는 천안문 광장이 자리 잡고 있고, 광장의 한가운데엔 높이 37.94m 높이의 기념비가 하나 서 있다. 이른바 '인민영웅기념비'다. 1949년 세워진 이 비문은 1840년 아편전쟁과 1919년 5'4운동, 1946년부터의 국공내전 기간 동안 희생된 모든 인민 영웅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비문을 통해 중국은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와 함께 아편전쟁 이전의 강력한 중국으로 회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학원은 2005년 '중국 현대화 보고'를 발표하면서 2100년엔 발전 국가의 선두가 되겠다며 21세기의 100년간에 걸친 발전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런 중국의 계획은 이미 조기 실현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1인당 GDP 4천달러 시대를 10년 앞당겨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가 깃발을 내린 지금, 중국은 여전히 그 깃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를 꿈꾸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공자는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는 장에서 바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쥐만 잘 잡는다면 그 고양이는 좋은 고양이다. 털 색깔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유명한 덩샤오핑의 말에서 드러나는 실사구시의 정신이다. 이념의 시대였던 마오쩌둥의 시대를 거쳐 1976년 덩샤오핑의 시대가 열리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덩샤오핑은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는 확신을 갖고, 제2의 혁명으로 불리는 개혁'개방을 시작하였다. 2002년에는 자본가들이 공산당에 입당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스스로 자본주의 국제경제 질서로 걸어 들어갔다. 장쩌민, 후진타오의 시대도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 격차 때문에 대중정치를 강조하고 있으나 "개혁을 하지 않으면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고, 개혁을 하게 되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는 딜레마 속에서 앉아서 죽는 것보다 사즉생의 각오로 변화를 선택하고 있는 중이다.

개혁'개방은 중국의 현실을 변화시켰다. 이념적 정체성의 혼란도 나타나고 있으며, 자본주의 물결이 중국 곳곳에 스며들면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사회주의가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민생'을 강조하며 새로운 이념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중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55개의 소수 민족이 어울려 사는 현실에서 다민족이 어울려 사는 '화'(和)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화'의 가치야말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 격차를 극복할 키워드라고 본다.

이 책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대중국 전략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중국의 급속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여전히 중국을 후진국으로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과, 한미동맹의 강화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외교 전략만으로는 중국과의 미래지향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독자적 위상과 전략적 가치를 확대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우리 스스로 내부적으로 친미와 친중을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려는 냉전적 사고의 틀에서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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