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따뜻한 구미사람들

"구미 지도층 인사들도 동참해 살기 좋은 도시 만듭시다."

저의 고향은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강 건너 태조산이 바라보이는 구미시 선산읍 선비의 마을 독동(문동)입니다.

늘 고향 구미를 하루도 잊었던 적이 없던 차에 매일신문사 경북중부지역본부에서 기획 특집으로 한 '구미(龜尾)를 구미(口味)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를 보게 됐습니다. 이 연재물은 아마도 수많은 독자들, 특히 40만 구미시민들에게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가슴찡한 감동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30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려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과연 구미에는 '구미를 구미당기게' 하면서 묵묵하게 봉사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 구미는 옛 조선조 길재 선생의 충절의 학문을 숭상하고자 하위지, 이맹전, 김종직, 김굉필 등 수많은 학자들이 배출되거나 모여들면서 '학문의 8학군'이 됐으며, 성리학의 연수(淵藪)로 불렸습니다.

또 세종대왕 때 박서생은 1428년(세종10)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뒤 수차(水車)를 보급했고, 2년후인 1430년(세종12) 정초는 국내 최초 농업기본서인 농사직설(農事直說)을 편찬했고, 1444년(세종26) 하위지는 권농교서(勸農敎書)를 짓기에 이르렀습니다. 세종대왕을 도와 한국농업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 세학자는 모두 구미(선산)이 배출한 인물입니다. 구미는 옛부터 농정발전과 농업개혁에도 큰 기여를 한 것입니다.

전설이지만 선산 해평의 베틀산, 목화로 실을 뽑는 문레라는 기구, 무명베라는 말은 우리 고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목화씨를 처음 우리나라에 보급한 것으로 알려진 고려 문익점의 손자인 문래(文來)와 문영(文英) 형제분의 인연입니다.

조선 태종때 문영은 선산부사로 부임했는데, 처갓집 또한 같은 선산이기에 월호동에 터를 잡고 화려한 벼슬보다 민생을 위한 산업발전에 힘을 기울이는데 보람을 가졌고, 할아버지(문익점)의 거룩한 뜻을 높이 받들어 베짜는 기계를 만들기에 전념하였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베틀산(조기산)의 모양과 공상다리(오상동다리)의 모양을 따서 만든 베틀로 무명베를 짜는데 성공하였으니, 지금도 그 산을 베틀산이라 하고 그곳에 있는 그곳 다리 이름을 공상다리라 부르고 있습니다. 문래가 실뽑는 기구를 만들어 내고 문영이 옷감짜는 기구를 고안해냈기에 실뽑는 기구는 문래 이름을 따서 '물레'라 고 했고, 이 실로 짠 옷감은 옷감 짜는 기구를 발명한 문영의 이름을 따서 '무명'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목화로 실을 만들어 무명옷과 솜옷으로 의복의 혁신을 기하고 의류산업을 혁신시킨 곳도 구미입니다.

아울러 조선 영조 때 해평의 전주 최씨 최수인(崔壽仁)선생의 아들 6형제(광익·광옥·광악·광벽·광직·광적) 시절에는 최(崔) 부자라는 별칭으로 나눔을 실천하였습니다. 또 순조 때 봉곡동 밀양 박씨 문중의 박래민(朴來玟)선생 역시 흉년으로 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을 주어 오늘날 봉곡도서관 부근에 는 박래민 구황불망비가 서 있어 구미에서는 봉사와 나눔도 옛날부터 이루어져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조선시대부터 구미는 산업의 도시였으며 지금도 최첨단 전자도시, 내륙최대의 국가공단 등 젊음과 낭만이 흐르는 구미는 현재도 구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 '구미(龜尾)를 구미(口味)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발굴된 분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더 구미를 아끼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한분 한분 모두 다 타향 구미에서 혹은 타국인 구미에서 살기 좋은 구미 만들기에 정열을 다하고 있기에 저는 고향사람으로서 부끄러움도 느낍니다.

우리 구미의 지도층 인사들이 '노블레스 오불리즈'(Nebelesse Oblige) 정신을 늘 간직하면서 이웃과의 나눔활동에 몸소 실천에 나서는 한편 기업체들도 메세나(Mecenat) 운동을 실천하여 문화도시, 복지도시, 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협력할 것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에 소개된 여러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좀 더 많이 확산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훈훈한 이야기들이 발굴되어 따뜻한 사회가 되는데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구미를 구미당기게 하는' 주인공들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 (사)嶺南儒敎文化振興院長 盧鎭桓

※노진환 원장은?=구미시 선산읍 독동리(문동)에 있는 (사)영남유교문화진흥원장으로, 선산의 명문 유교집안 출신이다. 노 원장은 조선시대 성리학 특히 영남사림파의 고문헌(古文獻) 등을 수집, 전시, 보관하고 성리학과 선비문화를 발전, 진흥시키기 위해서 이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영남유교문화진흥원은 국립 규장각, 안동의 도립 한국국학진흥원과 성격을 같이하는데 임진왜란과 항일독립운동 자료도 전시할 예정이며, 다양한 유교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한옥촌 조성과 학국학 연구를 위한 관련시설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