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은 2010년 경인년(庚寅年) 새해를 맞아 대구를 '물의 도시'로 만들자는 목표로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1부-'동네우물 되살리기', 2부-'바깥에서 길을 찾다', 3부-'미네랄워터 아끼면서 마신다' 시리즈를 27회에 걸쳐 1년여간 연재했습니다. 1부에서 '동네우물 되살리기'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2부에서 독일'프랑스'일본의 지하수 이용실태를 살펴보고, 3부에서 지하수를 마구 개발해 자연으로부터 보복을 당하고 있는 국내 마을을 돌아봤습니다.
그간 독자가 보여준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정말 대구 지하수가 에비앙 생수보다 좋으냐?' '오염은 되지 않았느냐?' '천연광천수(天然鑛泉水'natural mineral water)를 마구 개발하면 지반이 내려 앉지 않느냐?' 등 문의가 잇따랐습니다. 7차례에 걸친 낙동강 오염 사고로 먹는 물에 공포를 갖고 있는 대구시민들은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주관하고 있는 동네우물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동네우물 개발 대상지로 소개된 지역을 미리 답사하는 다소 성미 급한(?) 독자도 있었습니다.
동네우물 되살리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매일신문과 대구방송, 대구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프로젝트팀은 자신있게 시민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대구 지하에 있는 내추럴미네랄워터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생수(먹는샘물'먹는해양심층수)는 물론 세계 최고 브랜드인 프랑스 에비앙 생수보다 미네랄이 풍부해 우수합니다. 대구시민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내추럴미네랄워터를 내년 봄이면 맛볼 수 있습니다. 동네우물 30여 곳의 내추럴미네랄워터는 물론 공짜입니다. 시민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동네우물까지 가서 물을 긷는 수고 정도는 해주셔야겠습니다. 우물물이 파는 생수보다 더 좋은 만큼 남용하지 말고 아껴 먹으려는 시민정신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네우물 내년 3월 완공=올해 말까지 35곳의 동네우물을 개발하려던 계획이 내년 봄으로 몇달 연기됐다. '명품 우물'을 만들기 위해 지하수 수질을 여러 차례 검사하고, 오폐수가 지하 우물에 절대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최신 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등 과정이 복잡해 시일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오염방지 시설은 65m, 깊게는 85m까지 설치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 박사는 "우물 개발 때 오염방지 시설을 하는 것은 10m가 고작"이라며 "60m 이상 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해 오폐수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대구 동네우물이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오폐수가 60m 이상까지 흘러 들어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성 박사는 "지표수가 퇴적암층 땅 속 60m까지 내려가려면 50년 이상 세월이 걸린다"며 "오염된 물이 긴 시간 땅 속으로 스며들면 자연 정화로 깨끗한 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대구 동네우물은 지진 등 천재지변이나 인위적 테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고급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최고급 미네랄워터=현재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동네우물 개발지로 확정해 공사 중인 곳은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남구 대명어린이공원, 달성군 화원 명곡공원과 매곡공원, 대구동구문화체육회관, 북구 동변공원 등 19개소다. 추가로 11개소 남짓 더 개발한다.
개발 단계는 수맥 탐사→우물 뚫기→수질 검사→오염방지시설 설치→우물 완공→조경 등 순서로 진행된다. 수맥 탐사 단계에서는 최소 하루 50t 이상 퍼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19곳의 지하수의 수질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예상과 마찬가지로 미네랄이 매우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먹는물 기준에 모두 적합한 것은 물론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이용섭 기술사는 "대구 지하수의 총용존고형물(TDS)과 경도 등을 조사한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미네랄이 너무나 풍부했다. 대구 수준의 지하수는 경북, 경남과 부산'울산 일부 지역 등 중생대 백악기에 퇴적돼 조산 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경상계 지층에만 있다"고 전했다.
◆먹는 샘물 기준 개정이 관건=대구의 내추럴미네랄워터가 그렇게 우수하다면 당장 생수로 제조해 팔면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다'이다. 먹는물관리법상 내추럴미네랄워터는 '샘물'이다. 이를 용기에 담아 생수로 만들면 '먹는샘물'이 된다.
먹는물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은 '먹는샘물'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그 가운데 미네랄량으로 따지는 경도와 증발잔류물이 500㎎ℓ를 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염된 물을 정화해 만드는 수돗물의 기준을 내추럴미네랄워터에 그대로 적용, 미네랄을 오염 물질로 간주한 결과다.
대구의 천연미네랄워터는 경도와 증발잔류물이 500㎎ℓ 이상인 곳이 많다. 현재 동네우물을 개발 중인 매곡공원, 명곡공원, 동변공원, 동구문화체육회관, 동산병원, 경대병원 등지의 내추럴미네랄워터가 경도와 증발잔류물 기준을 초과한다. 질은 매우 좋지만 먹는샘물로 제조해 팔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경도와 증발잔류물 상한선이 우리나라 법에만 있다는 데 있다. 유럽연합(EU)은 물론 우리가 물관련법 규정을 베낀 일본의 법에도 경도와 증발잔류물 상한선이 없다. 물 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을 오염 물질로 간주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 문에 먹는샘물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한-EU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먹는샘물 기준을 선진화하지 않을 경우 통상 마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은 긴요하다.
먹는샘물 기준이 선진화되면 '대구 생수'가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 생수를 세계로 수출하는 길도 열릴 것이란 게 물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이 아직 관심이 적은 미네랄의 양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진다는 전제 아래서다. 대구 동네우물의 수질이 국내외에 두루 알려져 대구의 물 이미지가 개선되면 물 관련 산업의 육성도 기대된다. 2015년 제7회 세계물포럼이 대구경북에 유치되면 대구경북의 물 산업 발전이 한층 앞당겨질 수 있다.
◆두레박 한마당=매일신문은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와 함께 자연이 내린 최고의 선물인 내추럴미네랄워터가 시민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것을 기념해 축제 한마당을 벌일 계획이다. 동네우물 준공식에 맞춰 개최할 '두레박 한마당'이 그것이다. 두레박 한마당은 풍성한 문화 행사로 꾸며진다. 국악 사물놀이 성악 기악 무용 퍼포먼스 등 대구의 각 분야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해 다양한 축제 한마당을 만든다.
두레박 한마당은 대구의 내추럴미네랄워터가 우수하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먼저 알려 애용하도록 홍보하는 장이기도 하다. 낙동강 오염으로 나빠진 대구 물의 이미지를 동네우물에서 퍼올린 내추럴미네랄워터가 바꿀 날이 머잖다. 대구 물 이미지의 개선은 대구 이미지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대구가 '물의 도시'로 거듭나는 시발점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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