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본격적인 경남은행 인수전을 앞두고 대내외 환경 조성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내년 3월 지주사 전환에 대비해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자사주 매입 운동을 벌이고,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기관 투자가나 해외 투자은행(IB) 등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 또 올 연말에는 지주사 전환에 대비한 조직개편도 단행할 예정이다.
◆경남은행 인수전, 어떻게 돼가나
대구은행은 26일까지 우리금융지주 매각 주간사인 대우증권에 경남은행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계획이다. 인수의향서는 경남은행 공개 입찰 참여 의사를 공식으로 밝히는 서류다. 이후 경남은행의 재무구조 등에 대한 실사를 거친 뒤 다음달 20일까지 예비 입찰 신청서를 제출한다. 올 연말까지는 최종 입찰 참가대상자 2곳이 선정되고, 내년 3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면 최종계약에 앞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남은행 인수 작업은 당초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크다. 우리금융지주와 인수합병을 추진해왔던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돌리면서 뚜렷한 인수 희망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수 경쟁자로 꼽히던 KB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매각 상황에 따라 경남은행 매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소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매각 작업 자체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은행 인수는 3파전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일찌감치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고, 경남도와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경남은행 유치위원회가 독자생존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치위원회는 이달 15일 경남 출신 재일동포들로부터 200억엔(2천800억원) 규모 인수 투자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입찰 참가 과정에서 비가격적 요소인 경남은행 인수의 당위성에 대해 강조할 방침이다.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은 영업권역이 겹치는 곳이 없어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고, 주력 업종도 달라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은행의 경우 경남은행과 영업점이 30%가량 겹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구은행이 내년까지 구축을 끝낼 계획인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경남은행과 공유할 수 있어 수백억원대의 투자비도 절감할 수 있다. 공동자회사 설립과 복합금융상품 개발 등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자사주 매입 운동과 조직 개편 준비
대구은행은 내년 3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전 직원이 참여하는 '우리주식갖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주사 전환 전까지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 기본 10주 단위로 매달 22일 여윳돈을 증권연계계좌에 입금하거나 자동이체를 해 증권사가 주식을 대신 매수하는 방식이다. 이 운동에는 현재 전체 임직원의 80%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 매입 운동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 관리다. 대구은행이 ㈜DGB금융지주로 전환되면 대구은행 주식은 모두 지주사로 편입되며 대구은행의 상장은 폐지된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편입을 원치않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지주사가 이를 모두 매수해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의 매수가가 1만5천43원으로 결정된 상황이어서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주식 매수에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이 주가에 호재인 만큼 1만4천~1만5천원대를 오가는 대구은행의 주가가 현재보다 1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실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연말에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조직개편도 단행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전문기관에 조직개편을 위한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DGB금융지주에 기업공개파트와 인사, 홍보, 경영전략, 성과 등의 관련부서가 옮기고, 파견이나 겸직 등을 통해 지주사 조직을 운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춘수 대구은행장이 당분간 지주사 회장을 겸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외부 환경 조성도 집중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를 찾기 위한 바쁜 행보도 보이고 있다. 대구은행은 내부유보금에 기관투자가와 해외 투자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대구은행 고위 임원이 영국 런던과 미국 등을 방문해 기존 외국인 주주들과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잇따라 열었다. 인수자문단인 UBS&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의 주도로 주주들에게는 경남은행 인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해외에서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또 국내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IR을 잇따라 열고 있다. 현재 연기금과 투자은행 등 기관투자가 6, 7곳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정부에서 경남은행의 매각 방식을 '50%+1주 이상'으로만 정해뒀을 뿐 인적분할을 통해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인 56.97%만 팔지, 혹은 우리금융지주가 매각 주체가 돼 지분을 100% 팔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매각방식에 따라 인수 자금도 1조1천억원에서 2조원까지 달라질 수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데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 인수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관심을 표하는 곳은 많지만 본 입찰이 진행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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