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G 선수촌 들여다보니…식당 메뉴 100개 넘어

박태환은 햄버거 즐겨

간이 농구대
'대한민국' 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대한민국 숙소
오락실
간이 농구대
식사 중인 한국 카바디 선수단
오락실
식사 중인 한국 카바디 선수단

선수촌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전초기지'이며 열전을 끝낸 선수들의 쉼터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가장 신경 쓰는 곳도 이곳이다. 새로 지은 숙소에서 각국 선수들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땀에 젖은 옷을 빨아주는 세탁 서비스를 하는 등 모든 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성을 쏟고 있다. 각국 기자들이 머무는 미디어 빌리지와 메인프레스센터(MPC)가 지척에 있지만 엄격한 출입제한으로 선수촌은 베일에 꽁꽁 싸여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선수단의 보금자리인 선수촌이 21일 그 속살을 공개했다.

◆백악관 요리사의 '손맛'

45개 참가국 1만4천여 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묵는 선수촌인 만큼 그 규모는 엄청났다. 32만9천24㎡(약 10만 평) 규모에 49개 동의 대단지 아파트가 형성돼 있다. 3천892석을 갖춘 식당에서는 광둥식과 양식, 한식, 이슬람식 등의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백악관 출신의 총괄 요리사 더그 브래들리 등 50여 명의 특급 요리사를 초빙해 100가지가 넘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 동원되는 재료만 2만6천여 가지. 쌀 30t과 고기 60t이 하루 끼니로 사용된다. 재료의 80%는 중국에서 조달하며 사전에 철저한 안전검사를 거친다. 김치는 중국식 만두인 딤섬, 구운 고기 등과 함께 최고 메뉴로 꼽힌다.

이날 식당에선 19일 입국한 한국의 카바디 선수단이 식사 중이었다.

유홍섭 선수는 "우리가 한국에서 어렵게 훈련해서인지 몰라도 식당 메뉴가 황홀할 정도"라며 "스테이크와 피자도 맛있고 맥도날드 햄버거와 아이스크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카바디는 체중이 제한된 경기인데 어제 계체를 마쳤기 때문에 다시 체중을 불리기 위해서 배불리 먹었다"고 웃었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물리는 법. 이미 퇴촌한 한 선수는 "입촌 후 2, 3일까지는 괜찮았지만 이후부터는 특유의 중국음식 냄새 때문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 한국인 주방장 김홍식 씨는 "박태환은 대회 도중 주로 햄버거를 즐겨 먹었다"고 전했다.

◆인터넷 서핑으로 향수 달래

20대 전후의 대다수 선수들은 젊음의 열기를 서비스센터 안에 있는 게임 룸과 인터넷 바에서 푼다. 이곳에서 선수단은 자신의 메달 소식을 전한 신문 기사를 검색해 보기도 하고, 각종 오락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간이 농구대 5개와 레이스를 펼치는 시뮬레이션 게임기 4개, 모의 사격 연습기 등이 설치된 게임 룸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붐빈다. 게임에 열중하며 경기를 앞둔 긴장감을 털어내고, 훈련과 경기로 쌓인 피로도 씻어낸다. 경기와 훈련을 모두 마친 저녁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자원봉사자가 귀띔했다. 바로 옆의 인터넷 바에는 30여 대의 컴퓨터가 설치된 PC방과 선수들이 가져온 노트북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사를 검색하고 고국의 부모, 친구와 메신저로 짧은 이별의 향수를 달랜다.

◆북한 선수들 "일 없습네다"

버스터미널 앞에서 북한 여자축구 선수단을 만났다. 북한 코칭스태프는 "22일 일본과 결승에서 만나는데 강팀이고 우리 선수들도 피곤하지만 꼭 이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선수촌 주거 단지에는 각국 선수단의 국기가 내걸렸다. 한국 선수단이 묵고 있는 19동에는 현수막 2개가 걸려 있었다. 'Go team Korea, Be the best'와 '대한민국'이다. 한때 사격팀에는 '대한민국'을 찍어 휴대폰 바탕화면에 저장하면 금메달을 딴다는 속설이 돌았다. 북한 선수단은 42동에 머문다. 19동과는 50m 정도 떨어져 있다. 인공기가 걸려 있는 42동에는 북한 대표팀 임원이 발코니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국 취재진 옆을 지나가던 북한 선수는 "선수촌 생활 좋습네다. 음식도 일 없습네다"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몰라요"라는 말만 남기고 시선을 딴 곳으로 두는 선수도 있었다.

광저우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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