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번도 단호한 대응 말뿐인가" 국민은 답답하다

교전수칙 못미치는 소극대응 비난 봇물…확전우려 갈팡질팡 '딜레마 빠진

대한민국이 '딜레마'(dilemma·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빠졌다.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왜 대한민국은 항상 당해야만 하나"라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확전 우려 때문에 보복공격에 나설 수 없는 정부 당국의 대처가 충돌하고 있다.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적극적 자위권 발동을 공언했던 정부가 해병대원 2명은 물론 6·25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 2명까지 사망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있었는데도 '교전수칙' '확전 방지' 운운하며 속수무책 당하면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택시기사 이수창(63·대구 수성구 파동) 씨는 "자국민이 죽어나가는데 정부가 앞서서 적극적인 대응을 막았다"며 "정부는 실컷 얻어맞고 난 다음에야 단호한 대책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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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교천수칙 때문에 우리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북 도발 재연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교전수칙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 "대통령의 '확전 자제' 언급이 우리 군의 보복 대응을 차단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교전수칙이 뭐기에…

23일 북한은 2차례에 걸쳐 총 170여 발을 사격한 데 비해 우리 군은 고작 80발을 사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부가 기존 교전수칙에도 못 미치는 소극적 대응을 보였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민형(54) 씨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약하게 굴어선 안 된다. 도발에는 반드시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참기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언제적 교전수칙에 왜 아직까지 매달리고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국민들의 교전수칙 변경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단호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대응공격은 왜 못했나

청와대 측은 북한의 도발을 처음 접했을 당시 '확전 안 되게'라고 했고, 이후 '단호하되 악화 안 되게', 결국은 '몇 배로 응징'이라며 북한의 포격이 완전히 끝난 뒤에야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은 "전부 다 싸우지 말라는 것"이라며 "군 통수권자가 처음에 확전되는 것을 두려워하니 '2배' 교전수칙이 있고 전투기까지 떴는데 우리가 저쪽을 못 때렸다"고 비판했다.

시민들 역시 대통령의 확고한 대응 의지를 주문했다. 김수철(57·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대통령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데 군인들이 어떻게 제대로 움직이겠느냐"고 했다.

북한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의 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도발은 권력 승계는 물론 영토 분쟁에서도 이겼다는 이미지 과시용이다. 한반도의 상황이 앞으로도 급변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우리의 전쟁억지력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 교전수칙을 적극적 대응 방안으로 바꾸는 한편 전투기 공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가 북한 도발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한 근본 이유는 공격 명령 체계를 미군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한국군의 작전권 범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중국 등 친북 국가에 대해 서해 5도 교전을 영토 문제로 몰고 가는 입장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영상편집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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