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다. 영하의 날씨와 매서운 바람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안방에서 한발짝도 밖으로 나가기 싫다. 특히 직장인들은 휴일이면 대부분 집안에서 빈둥거린다. 하지만 건강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게으름을 떨쳐내야 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게으름은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태도나 버릇'을 말한다. 게으름의 판단 기준은 바로 운동량. 용감하게 집 밖으로 나서자. 이미 남들은 활동을 시작했다. 한발짝만 나서면 부지런한 모습으로 자신감 있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나도 그 대열에 동참하자. '귀차니스트들이여, 이번 겨울에는 게으름에서 벗어나라!'
가정주부 오선옥(52'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일주일 내내 단 하루도 집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족들이 출근과 등교를 하면 오전 8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자원봉사와 노인환자 가정 돌보미, 실내 스트레칭운동 등으로 늘 바쁘다. 일주일에 두 번씩 도서관 자원봉사도 간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여주고, 집에만 있으면 너무 침체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적으로 안방을 탈출한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자원봉사
봉사활동은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 40, 50대 가정주부, 60대 퇴직자 등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이들은 한결같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내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기꺼이 달려간다'는 것. 이들의 기본 자세다. 바로 안방 탈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모습들이다. 자원봉사활동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혼자라도 좋다. 마음맞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단체로 봉사활동을 하면 더 좋다. 봉사활동은 바로 '남을 돕는(for) 행동에서 남과 함께하는(with) 활동'이란 깨우침도 얻을 수 있다.
수성구 범물동 용학도서관에서 만난 최선희(47'대구 매호동) 주부. 집에서 꽤 먼 거리이지만 일주일에 두번씩 자원봉사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봉사를 하기 위해 적어도 오전 8시에 집을 나선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도 읽을 수 있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뒷바라지한다는 보람도 찾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총 32만8천700여 명에 달한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원봉사기관은 중구 12개, 동구 18개, 서구 13개, 남구 19개, 북구 15개, 수성구 17개, 달서구 29개, 달성군 9개 등 총 132개소다.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 손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자원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선 대구시와 각 구청에서 운영 중인 자원봉사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운동으로 건강 다지기
평소 운동을 즐기던 사람들도 겨울철엔 운동부족 현상을 초래하기 쉽다. 사람들의 몸과 맘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활동량도 줄면서 보행량 또한 평균적으로 다른 계절에 비해 30%가량 적다. 그렇다고 따스한 이불 속에만 있어서는 안 되는 법. 일단 집 밖으로 나서자. 실외가 싫다면 실내에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운동들도 많다.
동아백화점 수성점 앞 여성전용 피트니스클럽. 오전부터 30~50대 주부와 20대 아가씨들이 어울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 모두 안방탈출에 성공한 사람들. 주부 조미영(50'수성구 두산동) 씨는 "하루에 30분씩만 투자해 즐겁고 가볍게 운동을 하며 겨울철에 굳어지기 쉬운 근육들을 풀어주니까 스트레스가 싹 달아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매니저 박미경(29) 씨는 "이곳에 오시는 손님들은 운동 마니아들이 아니라 평소 운동을 별로 하지 않는 평범한 주부들"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전혀 운동을 하지 않고 가정살림에만 매달려 있던 주부들이 스트레칭과 근력운동, 에어로빅을 번갈아하면서 건강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운동을 즐기는 부지런한 사람들도 많다. 동네 주변 걷기부터 신천 조깅, 자전거타기, 동네 뒷산 오르기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운동 붐'은 장수시대를 맞아 나타난 새로운 필수생활로 정착하고 있다. 시내 초'중'고 실내체육관에는 동호인들끼리 모여 배드민턴 등 실내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당장 운동을 시작하자.
◆문화 즐기기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맘만 먹으면 평소 하고싶었던 각종 취미생활들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게으름만 탈출한다면 주변에 배움터가 무궁무진하다. 도서관에 고정출근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범물동 용학도서관 5층 야외휴게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문태생(69'녹원아파트) 씨가 혼자 나와 책을 읽고 있다. 일반열람실은 답답하고 젊은이들 눈치도 보여 아예 바깥으로 나왔다는 것. 문 씨는 평생 건설업에 종사해 왔다. 수년 전 은퇴 후 집안에서 컴퓨터 등을 하면서 할일없이 무료하게 지냈다. 어느 날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 그 후 생활을 바꿨다. 요즘은 오전 10시면 일단 집을 나선다. 가볍게 동네를
걷거나 집 뒷산을 오른다. 점심은 우유 등으로 가볍게 한 뒤 오후엔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삶에 바빠서 그동안 책을 너무 못읽었다"는 그는 요즘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미국에서 살다 온 천모(67) 씨도 도서관 마니아다. 일주일 중 2, 3일은 도서관의 학생들 틈에서 공부를 한다.
성인들에게는 종합자료실이 인기다. 신문과 잡지 등 정기간행물과 다양한 자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용학도서관 서명혜 열람봉사팀장은 "일반인들은 평일에 700여 명, 토'일요일에는 800~900여 명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도서관은 무료라서 좋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한 곳에서 마음대로 각종 정보를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도 감상하고 컴퓨터도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 요즘 도서관은 고정 출근하는 60대 이상의 어르신들과 책읽는 가정 주부들로 북적인다.
동주민센터는 종합 문화 즐김터다. 단순한 행정처리만 하는 예전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주민센터로 바뀐 뒤 다양한 문화강좌를 펼치고 있다. 수성구 지산문화센터(지산1동 주민센터)는 일주일 내내 수강생들로 북적인다. 건강'미용, 외국어, 미술공예, 문학강좌, 음악 등 36과목을 개설하고 있고, 과목당 월 1만원이면 다양한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강좌 등록 때마다 새벽부터 수강 신청자들이 몰려 길게 줄을 서는 풍경도 이젠 낯설지 않다. 안방 탈출에 성공한 또 다른 모습이다.
지산문화센터 담당자 박선영(29) 씨는 "요즘에는 요가반이 가장 인기"라며 "4층 건물 중 1층을 제외하곤 모두 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배정화(50'주부) 씨는 "월요일과 수요일은 오전 9시부터 요가반에 나온다"며 "주부들의 건강에는 최고"라고 즐거워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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