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섬유업체 김모(44) 대표는 얼마 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노후된 공장 설비를 교체하고 직기를 증설하는 등 시설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 대당 6천만원 상당의 직기 5대를 교체하고 4, 5대를 늘릴 계획"이라며 "10년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할 때 현재가 가장 적기"라고 말했다.
B섬유업체 박모(59) 대표도 내년 초쯤 공장 시설 투자와 인력충원을 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섬유 경기가 갈수록 순항이고 다품종 소량시대가 열리면서 더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설투자와 고용을 점차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섬유업계에 인적·물적 투자 붐이 일고 있다.
섬유 경기가 지난해 11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올해 지역 섬유수출액이 200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28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섬유=사양산업'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 특히 업계 전반에 임금 인상 움직임도 일고 있어 섬유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8일 밝힌 10인 이상 대구경북섬유업체 10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시설 투자실적 및 투자계획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설비 투자를 한 업체가 82개(75.9%)에 달했다.
향후 3년간 신규투자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81개 업체(75.2%)였다. 신규투자액 규모도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예상액이 877억원으로 지난 3년간 투자된 513억보다 크게 증가됐다.
향후 3년간 지역 전체 섬유기업에 대한 투자 추정규모는 대구경북 2천23개 업체에서 1조1천641억원 정도. 노후 설비대체 부문을 제외한 설비 부족 및 신제품 아이템 전환에 따른 순수 신규설비 예상 투자규모도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력충원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앞으로 3년간 인력충원을 희망하는 업체가 87개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108개 업체 중 91개 업체에서 인력부족현상이 나타나는 등 만성적 인력난에 기인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력부족 규모는 전체(2천23개) 업체에서 2천817명이 모자란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3년간 신규 고용 인력은 4천799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금 인상 바람도 불고 있다. 6일 지역 섬유 CEO들은 모임을 갖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임금 20%를 올리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섬유는 대구의 자존심인데 저임금 구조를 깨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곧 임금 인상 붐이 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춘식 섬개연 원장은 "신규투자를 망설이는 기업은 경기 불확실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데 반해 정부 지원정책과는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현재 섬유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시설투자나 고용 붐과 임금 인상 등은 그동안 움츠렸던 지역 섬유업계의 긍정적인 변화"라고 진단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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