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전쟁하자는데, 우린 페어플레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제2차 연평해전은 공교롭게도 많은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국제 스포츠대회 기간에 발생했다.

2000년대 들어 남북 군사 대결의 시발점이 된 제2차 연평해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중인 6월 29일 발생했다. 우리 국민들을 비롯해 전 세계인이 월드컵 열기에 빠져 있을 때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 포격으로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했으며 19명이 부상당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발생한 연평도 포격 도발은 제16회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 발생했다. 아시아 45개국에서 1만4천여 명의 선수단이 중국 광저우에 모여 스포츠를 통한 아시아인의 화합을 다지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민간인이 사는 섬 내륙에 포격을 한 것이다. 사실상 국지적 전쟁인 이 도발로 우리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마치 한국이 잘나가던 스포츠대회를 훼방 놓듯 북한은 대회 기간 도발했지만, 당시 정황을 놓고 보면 북한의 도발과 스포츠대회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북한이 스포츠와 전쟁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자신의 룰'(북한이 설정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만들어 놓고 마치 스포츠경기 하듯 도발을 했기 때문이다. 흔히 스포츠의 모태는 전쟁이라고 한다. 실제 사격, 양궁 등 상당수 스포츠 종목은 전쟁 행위를 모방하고 있다. 스포츠와 비슷한 범주에 있는 게임 산업에서는 스포츠와 전쟁이 동일시되고 있다. 언론도 전쟁을 연상시키는 스포츠 용어를 마구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와 전쟁은 엄연히 다르다.

먼저 스포츠와 전쟁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전술'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오랜전부터 사람들은 서로 좋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했다. 개인 간의 싸움은 씨족 사회가 형성되고, 국가가 탄생하면서부터 집단 간의 전쟁으로 번졌다.

스포츠와 전쟁의 차이점은 룰(규칙)과 심판, 관중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승부를 가리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스포츠는 전쟁 행위를 모방하면서 공정한 승부를 위해 룰을 뒀고, 이를 다룰 심판제도를 채택했다. 스포츠맨십에 따라 정정당당히 승부를 가리는 것이 스포츠다.

또 스포츠는 관중이 있는 게임이다. 경기를 하는 선수나 팀, 국가가 관중 즉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인경기에선 사람된 도리를 하고, 단체 경기에선 팀이나 국가에 주어진 명예를 지키려 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안하무인격의 행동은 인정받지 못한다.

더불어 스포츠에서는 전쟁과 달리 패자도 박수를 받는다. 페어플레이로 스포츠맨십을 발휘했을 때 패자가 승자 이상으로 영웅시되기도 한다.

이처럼 스포츠와 전쟁을 구분하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전쟁이다. 북한은 스스로 만든 룰에 따라 스포츠경기 하듯 전쟁을 한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북한이 아니라 우리다. 북한이 전쟁을 하자는데, 우리는 스포츠로 맞서 페어플레이를 한 것이다. 상대가 마구잡이 선제 포격으로 전쟁을 하는데 우린 룰을 따지다 제대로 반격을 못한 것이다. 전쟁에서는 승자만이 존재한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선제공격을 하거나, 완벽한 대비 태세로 두세 배의 보복을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북한의 선제 포격 도발에도 우리는 제대로 보복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라와 국민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우리 군의 유비무환 태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평가가 잘못된 것도 그 원인이다.

1980년대 중반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에서 군 복무를 한 기자는 북한을 두려운 존재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군 복무 중이거나 입대를 앞둔 우리의 아들은 북한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 전쟁을 진두지휘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이들을 독려해야 할 정치인들의 대북 의식은 어떠한가. 현실과는 달리 북한의 속성에 대한 몰이해가 심각하다. 이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유비무환은 우리 모두의 정신무장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김교성(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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