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驛舍기능 축소, 백화점 배만 불리나"

동대구환승센터 건립 신세계 입점…교통편익보다 쇼핑시설 확대 우려

'대구역의 전철을 밟을까?'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이 시민 편익보다는 대형 유통업체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속 및 시외 버스 이용객이 격감하고 있어 향후 '환승센터' 역할 축소가 예견되는데다 신세계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환승센터가 본래의 역사기능보다는 쇼핑이나 위락 등 상업 시설 쪽으로 무게 중심이 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구 재개발의 축으로 삼겠다며 개발한 대구역사의 경우 이용객이 줄면서 주요 기능이 백화점으로 변질됐다"며 "동대구역세권 개발은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히 판단해야 하며 대형 백화점 입점으로 교통 체증만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와 같이 민자 유치를 통해 역사를 개발한 대구역은 이미 역 기능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2003년 롯데가 백화점 대구점을 건립하면서 대구역이 새로 단장됐지만 이용객은 2003년 613만5천260명에서 2009년 450만651명으로 계속 줄어 백화점만 남은 모양새다.

당초 대구시는 민자 역사 건립으로 대구역사가 업무·문화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백화점을 제외한 업무시설은 전무하고 문화시설이라곤 지하 2층 한쪽 귀퉁이에 자리한 문화강좌용 강의실 10여 개가 전부다.

신세계가 5천600억원을 투입해 2014년까지 짓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연건평 26만8천881㎡, 건축면적 1만9천603㎡, 지하 5층, 지상 11층)도 제 역할을 못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환승센터의 본래 목적은 남부와 동부로 흩어져 있는 시외버스 정류장과 고속버스 및 철도를 함께 묶어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높이는 것이지만 시외버스 이용객은 급감하고 있다.

남부정류장의 경우 2000년 기준 22만2천 명에 이르던 이용객이 지난해 6만4천 명으로, 동부 정류장은 같은 기준 230만2천 명에서 116만9천 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대구시는 "교통체계 개발이라는 공익과 수익성이 조화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유도할 계획"이라지만 이는 말로만 그칠 공산이 크다.

환승센터에 들어서는 상업시설은 7만5천㎡ 규모로 환승시설(5만8천㎡)보다 클 뿐더러 대백프라자 영업 면적(약 3만7천700㎡)의 두 배를 넘어 백화점이 들어설 경우 그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동대구역세권 개발은 역을 중심으로 업무 기능을 강화해야 하지만 시가 개발에만 매달려 대형 백화점을 들여놓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에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며 "대구역처럼 백화점 건립 수단으로 전락해 자금의 역외 유출 창구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역 백화점 관계자는 "반월당에 짓고 있는 현대백화점에 이어 롯데, 신세계 등 업계 '빅 3'가 모두 진출하게 되면 포화 상태인 유통시장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동대구역에 대형백화점이 들어서면 경주, 포항, 구미 등 대구 인근 유통시장도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연구원 도시디자인연구팀 최영은 연구위원은 "지하철 접근성도 불편한 점 등 대구역사는 롯데백화점 쇼핑객을 위한 시설이 중심이고 역사 기능은 들러리 신세로 전락했다"며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건립에 앞서 업무, 문화시설 확보 및 교통 체증 해소책 등을 미리 찾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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