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파트 다른 데서 보셨나요? 우리 아파트엔 환경미화원 휴게실, 경비원 휴게실도 있답니다."
쾌적한 아파트 환경을 위해 궂을 일을 도맡아 하는 경비원 등 근무자들,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잠시나마 쉴 만한 공간은 거의 없다. 시설이 꽤 잘 돼 있다는 아파트도 근무자들이 편히 쉴 공간은 거의 마련해 놓지 않는다.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거나 추운 겨울 떨면서 일한 후에도 쉴 곳은 허술한 지하이거나 그것도 얼기설기 깔아놓은 스티로폼이 전부인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대구 북구 동천동 동화골든빌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환경미화원들은 다르다.
이 아파트에는 모두 8명의 환경미화원과 11명의 경비원이 근무한다. 평균 근무 연수 4, 5년인 이들에게 이직은 절대 사절이다. 일의 성격은 다른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통합경비실 옆에 20여㎡ 규모의 아늑한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는데다 냉장고, TV, 전기밥솥, 선풍기까지 마련되어 있다. 옷을 벗고 입을 수 있는 탈의실도 있다.
미화원으로 8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도경연(57) 씨는 "몇몇 아파트에서 일해봤지만 휴식공간을 이렇게 세심하게 마련해준 곳은 별로 없었다"면서 "근무 환경이 좋아 오랫동안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미화원도 "수년간 청소하러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우리 같은 사람을 생각해주는 아파트는 여기가 처음"이라며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환경미화원뿐 아니라 경비원들에게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좁은 경비실에서 일하는 만큼 여름철에는 소형 에어컨을 설치했고 경비원 휴게실도 별도로 마련해뒀다.
주민들은 "근무자들의 쉼터 조성에 따른 관리비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명절이나 복날에는 삼계탕 등으로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대신한다"고 했다. 관리사무소 김봉국 소장은 "20년 동안 관련 일을 여러 곳에서 해 왔지만 아파트 외관만 자랑하려 했지 아파트를 가꾸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며 "우리 아파트는 입주민들이 쉼터 조성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고 말했다.
아파트마다 관리비를 줄이려고 하는 요즘, 76㎡의 소형 아파트인 동화골든빌은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다.
글·사진 정용백 시민기자 dragon102j@korea.com
멘토: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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