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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생존에 대한 애착:모천회귀성

#생존에 대한 애착:모천회귀성(母川回歸性)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때쯤이면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본능이 용솟음친다. 그리고 타향살이 인생은 고향과 죽마고우가 생각난다. 이것은 마치 자기의 본향을 찾는 물고기 연어의 본능에 비유된다. 연어새끼는 깊은 산 계곡이나 강 상류에서 태어난다. 연어는 사람 손가락 크기가 되면 장구한 여정에 오르게 된다. 강 하류를 따라 헤엄치면서 거대한 바다에 이르게 된다. 3년 혹은 4년 동안 누빌 수 있는 모든 바닷속을 찾아다닌다. 자신의 성숙의 시기를 직감하면 자기의 고향길을 찾게 된다. 온갖 사선(死線)을 넘어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 지점을 찾아 자기 어미가 그러했듯이 모래 구멍을 파 알을 낳고 죽는다. 이것을 가리켜 연어의 '모천회귀성'이라고 한다.

연어는 참으로 흥미로우면서 희한하다. 왜, 그리고 어떻게 멀고 먼 바다에서 하필 자기가 태어난 그 장소로 돌아가야 하는가? 어떤 힘이 작용하였기에 고향을 찾는 연어의 행진이 그렇게도 박진감이 있을까? 수풀을 헤치고 물살을 가르고 암석을 비켜갈 수 있을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연어가 바다에서 자신의 고향길을 찾는 동안은 식음을 전폐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추측건대 고향을 찾는 열망, 새끼를 낳을 부푼 꿈, 그리고 마지막 생존에 대한 애착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연어가 마지막 고향길 문턱에 이를 때쯤 되면 자기 몸의 4배 정도 튀어 오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런저런 힘든 여행길 가운데 검었던 피부가 붉은색으로 바뀐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고향 땅에 다다라 안도의 한숨을 내뿜고 모래 구멍을 파 알을 낳고 죽는다. 고향을 찾았기 때문에 죽을 수 있다. 자기를 대신할 새끼를 볼 수 있기에 기꺼이 죽는다. 그런데 수천 마리 연어 새끼 중 마지막까지 고향을 찾아올 수 있는 것은 고작 몇 마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고향을 떠난 그들의 현실은 거센 물살과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 내맡겨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남기가 힘이 들었고 고향을 찾는 여정이 더욱 험산준령과 같은 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음의 중심부에는 모천회귀성이 분수처럼 치솟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고향을 찾는 길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또한 인생은 자기의 영혼을 만든 창조주를 향한 영적 모천회귀성이 있다. 세상은 끊임없는 근심과 걱정, 거짓과 미움, 그리고 파멸과 죽음의 역류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모천회귀성을 가진 인생은 현세의 물살 센 역류를 차 오르면서 생명의 장소, 안식의 마음의 고향을 찾아낼 수 있다.

정준모<대구성명교회 목사·대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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