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시인선 40권으로 대구 여성시인 20명을 선정해 시선집을 펴냈다. '여성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1970년대에 드문 여성 시인이었던 박정남 시인부터 강문숙, 강해림, 고희림, 권운지, 김기연, 김현옥, 류인서, 박미영, 박소유, 박이화, 박지영, 백미혜, 서영처, 송종규, 이규리, 정숙, 정유정, 조행자, 황명자 등 대구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을 모았다.
'영혼이 깃든 맛이 있다면 그건 쓴맛일 거다/오래 전 엄마 젖꼭지에 묻었던 금계랍/겁나게 검은 맛/(중략)/엄마는 쓴 나물을 맛있다 했었지/씁쓰레한 건 몸의 맛이고 탄생의 맛,/그걸 잊지 못해 나도 자꾸 쓴 나물에 손이 가는데/영혼이 깃든 검은 맛 본 순간/암 것도 모르고 그 때 이미/인생의 쓴맛 알아버렸는지 모르겠다'- 박지영 '검은 맛'- 중에서.
이처럼 삶에서 퍼올린 시들은 20명 시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박정남 시인은 1970년대를 회상하며 "여성이 시를 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위험하다고 느껴지던 시대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한국 문학 속에서도 대구의 여성 시인들은 외롭지 않다. 문학은 독자적이며 시의 나라에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 여성시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171쪽, 9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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