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전면허시험장 '민원정체'…무기계약직 파업

방학 맞아 학생들 몰려 경찰 투입에도 역부족

전국운전면허시험장 무기계약직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3일 오후 대구 북구 태전동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창구에서 지원나온 경찰관이 서류를 접수받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전국운전면허시험장 무기계약직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3일 오후 대구 북구 태전동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창구에서 지원나온 경찰관이 서류를 접수받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3일 오후 대구 북구 태전동 대구운전면허시험장. 1층 민원 창구에는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사람 100여 명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민원실 곳곳에는 '노조 파업으로 면허 발급이 평소보다 15분에서 1시간 이상 지연된다'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21일부터 면허시험장 무기계약직 노조원 27명이 파업에 돌입하자 경찰은 지방청 인력까지 투입했지만 밀려드는 인원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말은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과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몰려와 더 붐비는 시기다.

응시자들은 면허시험장을 찾기 전 파업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운전면허학원에 다녔다는 이다빈(19·경북 구미시 사곡동) 양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파업을 하는 것도 여기 도착해서 알았다"고 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으러 온 박병기(42) 씨는 "20분째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면허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면허시험장 홈페이지에 파업 사실을 미리 공지했더라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파업이 끝난 뒤에 왔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곳을 찾은 응시자들은 노조의 단체 행동은 존중하지만 시민 불편이 너무 크다고 했다. 손형모(24·경북대 경영학과 4학년) 씨는 "파업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 인력이 충분히 투입돼 시민 불편이 최소화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경찰청이 내년부터 도로교통공단으로 운전면허 업무 이관을 결정하자 대구운전면허시험장을 비롯해 전국 26곳의 무기계약직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사흘째 일손을 놓아 면허시험장 업무가 삐걱대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고용 승계 및 소폭 임금 인상 이외의 처우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 무기계약직 노조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경찰청에서 도로교통공단으로 업무가 이관되면 무기계약직의 고용상태가 더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노조 최은영 교육부장은 "현재 무기계약직의 임금은 인건비가 아니라 경찰청의 사회 사업비에 포함돼 있는데 업무 이관 후 면허시험 응시자 수가 줄어 공단이 사업비를 줄일 경우 우리가 먼저 잘려나갈 수도 있어 파업을 강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면허시험장은 고용승계 보장까지 된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는 들어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곳 관계자는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은 이미 고용 승계를 보장한다는 서면 계약서를 여러 차례 썼다"며 "대구만의 개별적 사안이 아니라 전국 면허시험장에 있는 무기계약직과 연계된 문제여서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