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피해 아동들은 나중에 그렇게 당한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도 이런 끔찍한 소식에 간접적인 심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그래서 피하고 싶다. 하지만 바로 내 아이가,내가 돌보는 학생이 이런 고통을 겪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그저 잘해주기만 하면 될까?
6년째 대구경북 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하는 경북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팀이 모든 아이들을 다 직접 치료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마음을 다친 아동'청소년을 위한 핸드북-정신적 외상을 입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지침서'(학지사)라는 책을 번역해 펴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는 그저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네가 마음먹기에 달렸어'라는 해답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이런 특별한 도움을 주는 접근 방식을 '정신적 외상 근거 치료'(Trauma-informed treatment)라고 한다.
책에서는 다양한 연구 결과와 이론에 근거한 이러한 접근법을 직접 실생활이나 치료 장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알기쉽고 실천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상처를 입은 사람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인지가 채 발달되지 않아서 더욱 그러하다. 힘들지만 무엇 때문인지, 또는 힘든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몸의 상처처럼 마음의 상처도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받지 않으면 상처를 건들 때마다 "아야"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것을 '급소 반응'이라고 한다.
가령 어릴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사고로 잃은 아이는 고교 3학년이 돼 같은 반 친구의 엄마가 병으로 숨지게 되면 심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상실한 아이가 그러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그 상처를 상기시키는 사건(traumatic reminder)를 만날 때 마다 '급소 반응'이 일어나 과잉 반응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모님은 아이를 더 야단치고 다그치기만 하고 아이조차 자신이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하고 더 커져 버리기만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