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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통] 영화 '애수'와 '올드 랭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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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는 이맘때 가장 많이 흥얼거리는 노래가 '올드 랭 사인'이다. 이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짠한 것이 쓸쓸해진다. 예전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불렀던 기억도 떠오른다.

'석별'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곡인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가 1788년에 쓴 시가 바탕이 된 민요다. '올드 랭 사인'은 현대 영어로 직역하자면 '아주 오래전부터'(old long since)라는 뜻이다.

이 곡은 한국인 정서와 잘 어울린다. 1948년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이 애국가로 정해지기 전까지 이 멜로디가 국가로 사용되었다. 강소천이 붙인 한국어 가사는 졸업식의 환송곡으로 많이 불리고 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야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세.'

이 노래가 나오는 영화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이 '애수'(Waterloo Bridge·1940년)이다. '애수'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로버트 E. 셔우드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다. 2차대전 중 독일군의 공습 위협 속에 놓여 있던 런던의 워털루 다리를 무대로 서부 전선을 향하는 청년 장교와 발레리나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을 애절하고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6·25 당시 임시 수도인 부산에서 처음으로 개봉해 수많은 관객을 울렸다고 한다. 비비안 리의 청순함과 로버트 테일러의 듬직하고 따스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영화다. '애수'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 군인과 무희들이 '올드 랭 사인'의 멜로디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명씩 작은 등불을 끄면서 퇴장하고, 결국 어둠만 남게 된다. 앞날을 예고할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핀 사랑과 그 비극성을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원작은 반전의 색채가 짙었지만 마빈 르로이 감독은 주인공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애정 영화로 각색했고, '올드 랭 사인'은 여기에 한없이 쓸쓸하고 안타까운 석별의 슬픔을 더해 주었다. 비비안 리의 청초함과 로버트 테일러의 중후한 모습은 이후 무수한 비극적 러브 스토리의 전형적인 인물상이 되었다. '올드 랭 사인'의 아름다운 선율과 비극적인 라스트 신으로 언제나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명화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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