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의 '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그릇은 뚝배기일 수도 있고 양푼이 되기도 하며 국 사발, 간장 종지가 될 수도 있다. 자기의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이기도 하고 주위 환경에 의해 채워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릇의 종류에 따라 담겨지는 내용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 사발에 밥을 담아서는 어색한 것이고 간장 종지에다 국을 퍼서도 효과가 없다. 된장국은 뚝배기에 끓여야 제 맛이 난다.
사람은 자신의 본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 사주를 타고 난 사람이 자영업을 해서는 자신이 느끼는 만족감은 낮을 것이고 반대로 사업을 해야 할 사람이 교직을 선택한다면 이 역시 사회적 성취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어떤 그릇이든 한두 번이야 어떤 내용물을 담더라도 크게 탈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탈이 없다고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분명 문제가 발생한다. 철로 된 그릇에 소금을 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은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기회란 자주 오는 게 아니다. 어쩌다 한 번 온 기회를 생각도 없이 놓친다면 이보다 큰 손해는 없을 것이다. 기회는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하나의 큰 반환점이 될 수도 있다. 몇 년을 기다리다 다시 어렵게 잡는다고 해도 그 기다린 세월은 어떻게 돌이킬 수가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 운명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들이 아닌가.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서는 것도 불리하다. '재수가 없을 때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다. 이럴 때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회를 잡을 때까지, 쓰임을 찾을 때까지 묵묵히 준비를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운 나쁠 때 나선다는 것은 급박하고 절박한 상황, 준비가 덜 된 상태서 나서는 것이다. 이럴 경우엔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라는 바다는 너무 넓고, 항해해야 할 시간도 너무 길다. 지금 한 발짝 물러선다 해서 긴 인생길에 손해 볼 일은 없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건강상 문제나 편향된 성격을 타고 났을 수도 있다. 그것을 정작 본인은 모를 경우가 많다. 모자람은 채워줘야 한다. 약한 몸을 타고 났다면 건강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고 현실적 감각이 부족하다면 실리(實利)를 챙기는 훈련이 필요하다. 말이 쉽지, 이런 것들은 타고난 것이기에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명리(命理)는'발등의 불'을 끄는 학문이 아니라 삶을 설계하는 학문이다. 긴 삶을 이어가는 동안 자신의 그릇에 담을 내용물을 점검해 주고, 자기가 나서야 할 때나 기다려야 할 때를 알려주는 학문이다. 기회를 잃고 우왕좌왕 헛되이 보내는 시간을 줄여주는 학문이다.
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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