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올해에는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정치권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일이 없어 안정적인 국정수행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최근 일련의 무상급식 논란과 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과 동남권신공항 입지선정 문제 등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 사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무상급식 논란은 민주당의 무상복지세트에 대한 당론 채택 이후 여'야의 복지정책 전반에 관한 경쟁 구도로 확대되고 있고, 과학벨트사업 역시 충청권과 비충청권 지역 간의 세대결로 형성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 지도부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결정 이후부터 청와대에 대한 당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가고 있고, 민주당 역시 이에 동반하여 청와대와 여당의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여'야 모두 각 정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에 대한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 활동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혹시 민주정치를 위장한 포퓰리즘 정책들이 남발된다면 이는 경계되어야 한다. 정권 획득에만 집착한 나머지 국민을 현혹하여 일시적인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통해 단기적인 정치적 실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정책들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적인 거부감을 가져오게 되고 국가 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후반기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전문 정치 흥행사의 역할을 자처하는 조직과 개인들이 많아지고 이러한 정치적 조작이 정책의 내용과 본질을 왜곡하여 국민에게 전달된다면 국민의 정책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은 더욱 저해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특히 무상급식을 중심으로 하는 무상복지정책에 대한 일련의 여'야 논쟁은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무상복지를 먼저 주장하는 민주당은 무상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복지전달체계와 재원조달방법, 세제개편방안 등에 관해 국민들에게 그 정책 결정의 전후 사정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하루하루 생업에 쫓기다 보니 사실상 국가중요정책에 대해 세밀하게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발전적인 정책 대안의 제시와 검증은 각 정당들이 해야 할 일이다. 최종적인 판단은 국민들이 할 것이다.
다만 이때 각 정당들은 과연 어떠한 정책들이 국가장래에 도움이 되는지를 냉철히 재고해 보아야 하고 합리적인 정책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자기모순적 정책 발표는 자제되어야 한다. 여'야는 각 정당 내에서도 현재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계파 간 또는 개인별로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총선과 대선에 있어서 개인적 득표활동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표결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고 민주당 역시 동일한 이해관계 선상에 놓여 있다. 따라서 그만큼 복잡한 셈법이 되고 있고 정책의 본질적 내용과는 별개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 중요정책이 결정되어질 수 있는 이전투구양상으로 점차 나아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대중의 지지와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시기이기는 하나 민주정치의 근본에 위배되는 포퓰리즘 정치가 난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총선과 대선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이슈도 단순하고 명확하게 구분되어 국민들에게 제시되고 그러한 대립구도는 국민들을 정책의 찬반에 따라 이합집산하게 하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 개인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국가정책이 결정되는 반면 내각제 국가에서는 정당 전체의 의견으로 정책형성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내각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통령이 바뀌면 국가 대형사업 등 대규모 정책의 추진에 변화가 불가피한데 이는 서구 선진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가정책사업이 이러한 통치구조의 제도적 원인과 맞물려서 각 정당들의 치열한 정책경쟁으로 인해 표류하게 되거나 자칫 포퓰리즘 정책들이 무분별하게 양산되지 않을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김용철(부산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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