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세금 줄줄 새는 설계 변경 막아야 한다

대구시가 지난해 발주한 38건의 건설'토목 공사 중 79%인 30건에서 설계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대구시가 추가로 부담한 금액은 총 공사액 2천96억 원의 9.3%인 195억 7천400만 원이다. 이 중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전기 공사와 신천강변 스포츠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는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예정보다 50%나 더 들어갔다. 처음부터 똑바로 했으면 들이지 않아도 될 돈이 줄줄 샌 셈이다.

관급 공사에서의 설계 변경은 건설'토목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공사 금액을 떼일 걱정이 없으니 수주할 때부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적자에 가까운 저가에라도 수주부터 먼저 해놓고 여러 차례의 설계 변경을 통해 이익을 챙겨간다. 관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뻔히 알지만 공사 기간을 맞춰야 해 업자가 뻗대면 현실적으로 막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이 설계 변경을 미끼로 검은돈이 오가기도 한다.

설계 변경은 피하기가 힘들다는 업자들의 주장은 믿기 힘들다. 이는 전문가 집단이 자신의 전문 분야 일을 하면서 잘 몰랐다고 하는 것과 같다. 물론 공사를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설계 변경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행의 폐해를 막는 길은 하나뿐이다. 처음 설계 과정에서부터 완공 때까지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는 것이다. 시간과 비용에 쫓겨 설계부터 제대로 하지 않으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국민의 세금은 '눈먼 돈'과 다름없다. 또 이윤을 추구하는 업자보다는 관계 공무원이나 관이 임명하는 감독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의 청렴성이야말로 건설 업계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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