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는 '화산과 온천의 나라' 일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온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볼거리가 형성돼 있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일본 관광지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격적인 관광시즌을 맞아 규슈 지역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는 일본전문여행사인 여행박사가 마련한 '청소년 희망여행'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청소년들과 함께 떠난 유쾌한 규슈 나들이에서 만난 대표 볼거리를 소개한다.
◆구마모토성
구마모토성은 희망여행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으로 7년간의 대공사 끝에 1607년 완공됐다. 일본을 대표하는 명성(名城) 중 하나인 구마모토성은 임진왜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마모토성을 쌓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등청정)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 장수 중 한 명. 그는 임진왜란 당시 성벽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우리나라 산성을 공략하는 데 유난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성벽이 기울어져 있을 경우 사다리를 성벽에 대고 올라가기가 무척 힘이 들기 때문이다. 침략자 입장에서는 평지에 일자로 쌓아 올린 평성보다 산성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가토 기요마사는 한반도 침략 당시 획득한 조선식 축성술을 바탕으로 성벽을 비스듬히 기운 형태로 구마모토성을 쌓았다.
성 축조 과정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온다. 가토 기요마사는 성 축조에 필요한 돌을 모으기 위해 돌을 가져오면 돈을 준다는 방을 붙이고 돌을 운반하기 위해 수로도 팠다. 돌이 어느 정도 모이자 가토 기요마사는 성 쌓는 계획이 취소됐으니 돌을 가져가라는 방을 다시 붙였다고 한다. 구마모토성은 희대의 사기극(?)을 통해 탄생했지만 성 축조를 위해 판 수로 덕분에 구마모토 지역에서는 더 이상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기를 당한 덕분에 홍수 피해를 입지 않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간직된 곳이다.
구마모토성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서남전쟁(메이지유신에 불만을 품은 사이고 다카모리가 일으킨 반정부 내란)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사이고 다카모리는 사무라이 전통을 지키려는 의리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정한론을 펼친 대표적인 인물로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결코 우호적인 사람이 아니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정부군에 패하면서 일본 내에서 역적으로 치부됐다. 그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영웅으로 부활한 것은 일본이 청일'러일 전쟁에 승리, 군국주의 야욕을 키우면서부터다. 시대를 앞서 정한론을 펼친 인물로 재조명된 것. 사이고 다카모리를 보면 시대 상황에 따라 역적이 영웅이 되고 영웅이 역적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소팜 빌리지'아소산
아소팜 빌리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칼데라 분지(둘레 128㎞)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이글루 모양을 본떠 만든 숙박시설 때문에 첫인상은 동화 속 마을 같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350여 개의 돔형 숙박시설은 마치 스머프들이 사는 집을 닮았다. 일본 최대의 노천온천 시설을 포함해 미로 찾기 등의 각종 놀이시설, 특산품'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상가들이 두루 형성돼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다. 일본 최대 황금연휴라는 골든 위크(4월 말부터 5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에는 일본 관광객만 하루에 1만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
아소팜 빌리지에서 차로 30여 분 아소산을 오르면 화산 활동을 볼 수 있다. 아소산 일대는 일본의 100대 경관 중 하나에 꼽힐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와 광활한 억새밭이 어우러져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화산 활동을 보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탐방로 방향으로 바람이 불면 유독가스 때문에 입산이 통제된다. 활화산 관광은 바람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희망여행 팀이 아소산을 찾은 날도 바람이 심술을 부려 화산 활동을 볼 수 없었다.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는 희망여행 팀이 화산 활동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방문한 곳이다. 네덜란드어로 '숲속의 집'을 뜻하는 하우스텐보스는 일본과 네덜란드 교류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92년 건립됐다.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흙'벽돌'돌 등을 이용해 지었다고 한다. 하우스텐보스에 서면 마치 네덜란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바다와 숲으로 둘러싸인 1천520㎢의 광활한 부지에 40만 그루의 나무와 30만 종의 화초가 자라고 있고 길이 6㎞, 너비 20m, 깊이 5m의 운하 주변에는 풍차가 돌고 있다. 네덜란드의 왕궁과 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일본 속 네덜란드'라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레스토랑'호텔'쇼핑센터 등의 편의시설뿐 아니라 테디베어 킹덤, 대항해체험관 등 각종 놀이시설과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제대로 구경하려면 하루해도 짧다.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핏츠'라는 자전거를 대여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캐널 크루즈를 타고 운하를 한 바퀴 도는 것도 하우스텐보스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하우스텐보스 중앙에는 높이 105m의 랜드마크 타워인 돔토른이 자리 잡고 있다. 80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하우스텐보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Tip:여행박사는 규슈지역 대표 관광지를 둘러보는 4박 5일 패키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희망여행 팀도 4박 5일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규슈를 다녀왔다. 패키지 상품에는 지옥온천으로 유명한 벳푸, 관광의 명소 유후인, 온천과 녹차로 유명한 우레시노에서의 전통료간 체험 등이 포함돼 있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 불우 학생에 무료 해외여행
여행박사가 펼치고 있는 사회사업 가운데 하나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무료 해외여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여행에는 서울뿐 아니라 대구, 부산, 광주, 충주 등 전국에서 모인 고교생 30명이 참가했다. 대부분 기초생활 수급자, 소년소녀가장, 편부모가정 학생들로 해외여행 경험이 없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조차 가지 못한 학생들도 있다. 여행박사는 공모를 통해 이번 여행에 참가할 학생을 선발했다. 공모에는 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전국의 고교생 120명이 참가했다. 가정형편과 학교에서의 생활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0명을 최종 선발했다. 당초 여행박사는 20명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사정이 딱한 학생들이 많아 30명으로 대상을 늘렸다.
한편 여행박사는 전 직원이 급여에서 매달 1%를 공제하고 동일한 금액을 회사에서 보태 사회사업 기금을 마련,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3년 전에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 무료여행 행사를 가졌다. 올 해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살아온 노부부 5쌍을 선정, 중국으로 무료 여행을 보내 줄 계획이다. 또 50명의 불우 학생을 선발해 중국으로 청소년 희망여행도 떠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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