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1 대구육상] 탈 쓰는 순간부터 "사랑 듬뿍" 살비 캐릭터 모델 정병수 씨

바지 등 7종류 큰 의상 입고 3,4시간 홍보

2011 대구 대회 마스코트 살비 캐릭터 전문 요원인 대학생 정병수 씨가 탈을 벗고 포즈를 취했다. 이호준기자
2011 대구 대회 마스코트 살비 캐릭터 전문 요원인 대학생 정병수 씨가 탈을 벗고 포즈를 취했다. 이호준기자

"춤추는 살비를 아시나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스코트는 천연기념물인 삽살개를 형상화한 '살비'다. 대회 관련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 사랑을 한몸에 받는 살비 캐릭터 속엔 귀여운 살비 이미지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185㎝, 85㎏의 육중한 몸매의 정병수(26·영남대) 씨가 있다.

정 씨가 살비 캐릭터 전속 모델로 활동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대학생 홍보단으로 처음 참가한 지난해 5월 대구국제육상대회 때 살비 캐릭터 역할을 할 4명에 뽑혀 당시 유행하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춤을 추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

정 씨는 "노래가 나오기에 4명 모두 춤을 춰야 하는 줄 알고 열심히 췄는데 나중에야 혼자 춤춘 것을 알았다"며 "반응이 워낙 폭발적이었고, 해보니 재미도 있고 해서 이후 입장권 론칭, 워크숍, 대학생 홍보단 등 공식 행사를 중심으로 살비 탈을 계속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의 역할은 행사장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대회를 홍보하는 것이다. 우사인 볼트 포즈 등으로 시민과 기념사진을 함께 찍고 대회 기념품도 나눠주며 춤도 춘다. 그는 시민들에게 장난도 거는 등 행사 및 대회 관심을 끄는 일이면 뭐든지 한다.

춤추는 살비는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누린다. 뽀로로 다음으로 인기 있는 캐릭터가 살비라는 것.

힘든 점도 있다. 3, 4시간 동안 큰 탈과 의상을 착용하고 있으면 움직이는 데 불편하고 덥고 답답해 숨 쉬기도 힘들다. 정 씨는 "목부터 허리까지 다 아프고 큰 의상 때문에 생리현상도 해결하기 힘들다. 그래서 살비 캐릭터 의상을 입기 전엔 물도 거의 안 마신다"고 했다. 그래도 이젠 움직이는 것도 많이 적응됐고 바지, 조끼, 몸통, 신발, 탈, 장갑 등 7종류나 되는 의상을 입고 벗는 데도 숙달됐다. 처음엔 도움을 받고도 10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혼자 해도 5분도 안 걸린다.

살비 탈을 쓰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비밀도 살짝 공개했다. 두 손을 모아 입에 갖다 대는 '앙증맞은' 포즈는 귀엽게 보이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시원한 공기를 마시기 위한 속임수이기도 하다.

정 씨는 "손을 입에 갖다 대면서 탈을 살짝 들어올려 숨을 쉰다"며 "탈을 쓰고 있으면 답답하고 더워 땀범벅이 되는데다 뚫어놓은 탈의 눈은 살비 털에 덮여 바람도 안 통하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탈의 입 부위로 보고 숨도 쉰다"고 했다.

정 씨는 "탈을 쓰는 순간 '인간 정병수'는 사라지고 '살비'가 되지만 그 순간 행동이 자유로워지고 즉각적인 반응과 사랑을 받을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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