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탈출 러시 속, 日 교민들은 "괜찮은데…"

이달 11일 발생한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지진해일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핵 공포'가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는 일본 내 자국민들의 철수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과 일본 국민들은 이러한 외국의 '호들갑'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지진해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이바라키현 등 도호쿠 지방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일본 주재원과 유학생 등에 따르면 도쿄의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은 일본을 떠나려는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위기가 커지면서 일본 거주 외국인들의 탈출 러시 때문이다.

한국 IT업체의 일본 법인에서 근무하는 백윤화(30) 씨도 15일 가까스로 한국 땅을 밟았다. 도쿄에서 전철과 택시를 갈아타며 가까스로 도착한 공항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백 씨는 "워낙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항공권 발급을 받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며 "항공사 직원들이 총동원 돼 수기로 항공권을 써서 발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등 각국 정부도 일본 내 자국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리는 등 철수를 종용하고 나섰다.

호주와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스위스 등도 자국민들에게 일본에서 철수하거나 서부 오사카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권고했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외국의 대응과 달리 일본 내 우리 교민과 일본 국민들은 외국인들의 탈출 러시가 과민반응이라는 입장이다. 도쿄 등 수도권 지역의 경우 수돗물 공급이 원활한데다 전철 운행이 80%까지 회복되는 등 지진 피해에 따른 교통 불편도 대부분 해소됐다는 것.

도쿄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불통 사태를 겪었던 휴대전화도 통화성공률이 70% 이상 높아졌다. 다만 하루 2~4시간씩 계획 정전을 하면서 열차 운행 횟수가 줄고, 식료품 공급이 평소만큼 원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학생 이철호(24) 씨는 "지진 직후에는 대형마트에서 계산을 하는데만 1시간 넘게 기다려야했지만 지금은 인스턴트 식품 등을 제외하면 어렵지 않게 물건을 살 수 있다"며 "다만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이나 건전지 등은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과 달리 정작 도쿄시민들은 방사능 누출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도쿄와 후쿠시마 원전은 240㎞가량 떨어져 있는데다 실내에 머무는 등 대처요령만 따르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도쿄 카츠시카구(區)에 살고 있는 백덕원(30) 씨는 "한국에서 안부전화가 수 십 통씩 걸려와 난감할 정도"라며 "방사능 누출량이 아직 위험 수준이 아닌데다 일본인들도 하루 2, 3번의 여진쯤은 흔들림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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