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화산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남북 전문가 회의가 29일 열렸다. 백두산 분화는 지난해 6월 한 국내 전문가가 가능성을 제기한 데 이어 위성 영상에 백두산 인근에서 화산 가스가 분출되는 모습이 촬영되면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에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태 등으로 경색 관계에 있지만 남과 북의 전문가들이 모여 대비책을 논의하기로 했고 어제 회의에서 현지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에 합의했다.

화산 폭발은 엄청난 재앙이다. 화산이 폭발하면 분출된 파편들이 고온의 가스와 함께 '화쇄류'를 이뤄 화산의 사면을 타고 빠르게 흘러내린다. 700∼800도에 달하는 거대 화쇄류는 최대 시속 150㎞의 속도로 질주하면서 인근 지역을 초토화하고 화산재를 상공에 날려 보낸다.

지난해 4월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가 유럽 상공을 뒤덮었고 이로 인해 비행기가 대거 결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1991년에는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 화산재가 8천500㎞ 떨어진 아프리카 동부 지역까지 날아왔으며 이후 2년 동안 화산재의 태양 차단 효과로 지구의 온도를 1도가량 낮추기도 했다. 서기 79년 이탈리아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 고대 휴양 도시인 폼페이가 잿더미로 변해 사라진 일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백두산은 역사상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1천여 년 전에 대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일부 학자들이 추정하고 있다. 당시 백두산 화산 폭발은 베수비오 화산 폭발보다 훨씬 큰 위력을 보였으며 이 때문에 발해가 멸망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백두산이 언제 분화할지 알 수 없지만 분화한다면 인근 반경 60㎞를 폐허로 만들고 천지의 물이 흘러넘쳐 대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화산 폭발은 자연재해이지만 인간 활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그러하다.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지산의 분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물질 누출 사고가 벌어진 것도 자연재해와 인간 활동이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화산 분화와 원전 사고 등을 대비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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