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입니까?"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백성들의 먹을 양식이 넉넉하고 군대가 튼튼하면서 백성들의 신뢰가 있는 것이 정치다." 공자가 답했다.
"양식과 군대, 그리고 신뢰 중 하나를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자공이 다시 물었다.
"군대다." 공자가 답했다.
"나머지 두 가지 중에서 어쩔 수 없이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
"양식이다.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백성들의 신뢰가 없다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을 본 많은 이들이 정치의 본질이 신뢰에 있다는 공자의 '민불신불립'(民不信不立)을 떠올리고 있다. 2천500년 전 옛 성인의 말이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오늘 우리의 정치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한 것이 마치 하지 못할 어려운 일을 한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도 큰일이지만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가지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은데도 마치 할 일을 다한 것처럼 팔짱을 끼고 있는 정부와 집권 여당은 우리 정치의 수준이 어디에 와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말꼬리를 잡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일방통행이었다.
"공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약을 한 사람이 공약을 다 집행할 수는 없다" "집행해 보려고 타당성을 조사하고 면밀히 기술적으로 검토를 한 결과, 사업성이 없다"라는 말은 사업성 검토에 3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킨 정부의 무능함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시험문제를 내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채점하는 데 단 일주일이 걸리지 않고도 면밀한 기술적 검토, 운운하는 말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결국 "앞으로 전국토의 지역발전을 수도권에 비교해서 균형 잡히게 발전하는 데 전력을 쏟겠다"는 약속을 믿지 말라는 말을 스스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사업성이 없는 호남고속철을 조기에 건설하려는 이유가 수도권의 관광 편의를 위해서라는 말에 이르면 "이번 결정이 국가발전을 위한 대국적인 결단이라고 이해주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은 어리석은 이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한 문책성 인사는 없다고 말한다.
"(동남권 신공항 관련) 최종 종합보고를 받고 제가 결단을 한 것이기 때문에 내각이나 청와대 문책성 인사는 없다"고 말한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책임자의 당당함보다는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의 발로일까?
답안지를 미리 공개하는 시험이 있다면 그것이 진정 공정한 사회일까? 마치 짜맞춘 듯이 동남권 신공항의 비경제성(?)을 치고 빠진 여권 인사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결단을 미리 알고 행동했다면 대통령으로서는 문책이 아니라 상을 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어리석은 백성들의 눈에는 그들이 자신의 무능함을 세 치 혀로 감추려는 모리배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현 정부가 경제 부국을 모토로 내세웠을 때,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진저리를 내었던 국민들은 환호하고 믿음을 보내 주었다. 우리는 1960, 70년대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감내하는 희생을 감수해왔다. 그 희생이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 희생을 다시 정치적 논리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몰아간다면 우리의 미래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오늘 자공이 이 나라에 와서 다시 경제란 무엇이냐고 공자에게 묻는다면 공자는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도 그의 대답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정치' 없는 경제는 과연 가능한 것인지 죽은 공자에게 다시 묻고 싶다.
한나라당 대구시당 대변인 전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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