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귤 비싸니까 오렌지 먹자∼" 수입과일 매출, 국산 첫 역전

물가 오르니 외국산으로 발길…미국쇠고기까지 판매량 늘어

고삐 풀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국제유가와 농수산물 가격 오름세로 시작된 물가상승 랠리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가세하면서 품목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강도 '물가 잡기' 의지를 피력해 온 정부 눈치를 보던 식품 업체들이 원가 상승 압력에 따라 가격 상승에 나서 물가 상승 도미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물가 인상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한파 영향 등으로 신선 식품과 과일 가격이 올 초부터 큰 폭으로 오른 데 이어 가공 식품까지 들썩이고 있다.

해태제과는 이달 안으로 순차적으로 오예스와 홈런볼, 맛동산 등 과자 24개 품목의 유통업체 공급가격을 평균 8%로 올리기로 했으며 롯데칠성은 이달 들어 펩시콜라와 사이다 등 음료수 판매 가격을 5~7% 올렸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재료 가격의 상승 압력을 감당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판매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가 가격을 올린 것은 1년 반 만이다.

앞서 제당업체들은 지난달 중순쯤 3개월여 만에 공급가격을 9% 안팎 올렸고 동아원을 시작으로 제분업체도 3년 만에 밀가루값을 8∼9%를 인상할 계획이다.

또 CJ제일제당은 백설유 콩기름 제품을 8.5%, 튀김유 제품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패스트푸드점인 버거킹은 콜라가 포함된 세트 메뉴 가격을 100원 올렸고 맥도날드도 지난 1일부터 런치세트 메뉴를 최대 300원 올려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다 정부 눈치를 보던 일부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섬에 따라 라면과 빙과, 제빵 등 대다수 가공 식품 가격이 이달 내 동반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7% 상승했고 이 가운데 생선'채소'과실류 등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9%가 올랐다.

◆물가 오르니 외국산으로 발길

5일 대구 북구 한 대형마트 식품코너. 두 아이의 손을 잡은 주부 이정숙(36'북구 침산동) 씨는 방울토마토 좌판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방울토마토 1팩(750g)의 가격이 4천980원이었던 것. 결국 이 씨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수입산 과일 코너로 발길을 옮겼고 오렌지와 바나나 한 다발을 집었다.

이 씨는 "국산 과일은 값이 비싸 도무지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귤 대신 오렌지를, 사과 대신 파인애플 등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식탁에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이 국산을 빠르게 밀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은 올 들어 가격 고공행진 중인 국산 과일.

6일 농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사과(후지)는 10개에 2만7천440원을 기록, 지난해 1만9천700원에 비해 70%나 상승했다. 방울토마토 역시 지난해 5천100원이었던 것이 1년 새 6천883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수입산 매출이 국산을 넘어서는 '매출 역전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가 3월 과일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수입 과일의 매출 비중이 국산 과일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말 과일 매출액 중 국내산이 차지한 비중은 49%였던 것에 반해 수입 과일은 51%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산 과일과 수입 과일 매출이 뒤바뀐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홈플러스는 같은 기간 국산 과일 비중이 75.5%에서 64.5%로 떨어졌다. 반대로 수입 과일 비중은 24.5%에서 10%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롯데마트의 수입 과일 비중도 1월 14.2%에서 3월엔 37.6%로 치솟았다. 하지만 국산 사과와 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 15% 줄었다.

수입산 육류 점유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1, 2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통관기준)은 1만7천82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p, 지난해 연간 점유율보다는 6.1%p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수입산 쇠고기 매출은 전년 대비 36.2% 신장했다.

홈플러스 신종철 과장은 "국내 신선식품 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저렴한 수입산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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