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 백지화 이렇게 본다] 신공항은 남부권의 밥통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인천국제공항 하나로 살아가야 하나? 동남권 신공항의 건설은 빈사상태에 빠진 지방기업과 1천320만 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였기에 우리는 정치적이 아닌 경제적으로, 또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백지화되고 말았다.

영남을 포함한 남부권 주민들은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신공항을 백지화시킨 정부에 대해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동남권 신국제공항은 10년 사업이다. 당장 착수해도 늦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아니요, 수도권에만 국민들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없는 곳은 경제가 없다. 현재 지방 경제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 꼴이다. 기업은 수도권으로 떠나거나, 지방에 있는 기업들은 나날이 쪼그라들고 있다. 사람도 기업 따라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KTX의 개통은 우리들에게 이동의 편리성을 주었지만 빼앗긴 실익은 몇 배가 된다. 날이 갈수록 서울, 수도권은 지방의 제조업은 물론 유통, 건설, 교육, 의료, 문화 등 지방의 모든 경제요소들을 빨대로 빨듯 흡인해 가고 있다. 정부는 지방경제를 위해 특단의 회생책을 펴야 할 때인데도 남부권 2천만의 '희망'마저 깨버리고 말았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분노할 수밖에 없고, 들고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도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정당한 조건 속에서 경쟁하고 싶다. 지방이 더 이상 소비도시가 아닌 활력 넘치는 생산기지가 되기를 원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남부권 중심 내륙에 신공항을 계획했고,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인천은 항구도 있고, 허브공항을 끼고 있어 어느 도시보다 발전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강이 있는 곳에 도시가 발달했고, 산업사회에서는 항만을 낀 도시들이 융성했다. 현대사회에서 도시발전의 모태는 공항이다.

기업에 물류는 혈관처럼 중요하다. 어떤 외국 투자가가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 투자하겠는가? 허브공항이나 최소한의 관문공항은 기업의 활동을 원활하게 만들고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창구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이 수출로 살아가야 할 숙명이라면 대구, 경북, 경남 등 내륙에 있는 기업들에도 가까이 관문공항이 있어야 한다. 열악한 지방기업이 물류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면서도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신공항 건설 요구는 지방민들이 해외여행이나 편하게 다니자고 요구하는 배부른 투정이 아니다.

과연 신공항이 10년 후에도 경제성이 없을까? 중국은 그들의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경제를 부흥시켰고 지금은 서부 내륙지역에 수십 개의 국제공항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교류하거나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허브 공항이 필요하다.

우리의 요구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언제 대구, 경북, 울산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공항을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쳤는가? 대구경북은 신공항 입지를 '경남 밀양'으로 원만히 합의했으며 접근성이나 경제성이 탁월하다는 대의 때문에 흔쾌히 양보했다.

과거 지방공항 건설의 실패는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국회의원들과 이를 극복하지 못한 정부의 실책이었다. 왜 엉뚱한 지역의 국민들이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그들에게 낭비한 국고를 변상하라고 요구하고 싶지만 백번 양보해서 국토 균형개발의 기본적인 조건이나마 갖추어 주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는 변심한 애인의 불 꺼진 창 앞에서 부르는 감상적 노래가 아니라 살고 싶어 아우성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1천320만 명이 먹고살 큰 밥통이 필요할 뿐이다.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의 국민은 더 이상 정권에 휘둘리는 우매한 군중이 아니다.

이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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